보고 싶다고 말하고 돌아서니 산더미만큼 불어난 마음이 있었다. 당신을 좋아하지 않아야지, 꼭, 그래야지, 하는 다짐은 죄다 수포로 돌아가 어느덧 연락을 보내고 있는 나였다. 적당히를 지나친 감정이었다. 사랑이라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떨림이었다. 분명한 건 그래서는 안되었다. 우리는 우리일 수 없단 판단이 섰을 때 관뒀어야 했던 게 맞았다.
당신과 함께 할 시 집에 가고 싶단 생각을 잊었다. 하루의 고단함을 잊었고 그간의 아픔을 지웠으며 누군가를 미워하는 감정 또한 부질없음을 알게 되었다. 마냥 편안했고 이 와중에 설렐 수 있구나,를 깨달았다. 내가 지나온 날들이 좀 더 깨끗이 반듯했더라면 당신을 보는 마음에 티끌 한 점 없지 않았을까. 우리가 어느 이름 모를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사이였더라면 빠르지 않았을까. 우리가 같은 시대를 같은 속도로 지나왔더라면 어렵지 않지 않았을까.
오늘보다 내일 더 좋아지는 감정이란 게 신기하고 놀라우면서도 두려웠다. 네모난 침대에 누워 네모난 천장을 바라보면 어김없이 떠오른 얼굴이 슬픈 미소를 지었다. 나는 가끔 울고 싶어지곤 했다. 화려한 네온사인을 지나 초라한 가로등 불빛을 서로가 응시하고 있을 적엔 머릿속이며 마음속이며 무엇 하나 잠잠할 틈 없이 소란해졌다.
당신을 이렇게나 좋아했다.
차라리 한번 안고 무너지고픈 심정으로.
본인을 보면 맨날 슬프냐는 질문을 웃어넘겼다. 무진장 좋아서 슬펐다. 이건 그냥 슬픈 것과는 명백히 다른 문제였다. 나는 우리가 잘되지 않는다 한들, 오래오래 당신을 좋아하는 마음을 이어갈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