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경계하기에 바쁜 내게, 당신은 안식처랍니다

by 주또

투명한 사람이어서 좋아요. 무슨 꿍꿍이가 없는 사람인 것 같잖아요. 뒤에서 허튼짓하는 사람도 아닌듯하고. 남을 속이는 재주는 더더욱 없는 사람 같았어요. 게다가 이 사람은 표정으로 훤히 다 보이거든요. 지금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말이에요.


이 사람의 화난 얼굴. 슬픈 얼굴. 토라진 얼굴. 기뻐하는 얼굴. 즐거워하는 얼굴. 신이 난 얼굴. 부끄러워하는 얼굴. 당황한 얼굴. 몽땅 뚜렷해요. 때때론 애매한 얼굴로 헷갈리게 하는 경우도 있다만 그래도 대부분 곧이곧대로 선명히 드러나는 사람이에요.


심지어는 이 사람, 말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솔직하답니다. 비록 그게 진담인지 사탕 발린 말인지 분간해낼 수는 없으나(초능력자는 아니기에), 왠지 모를 진정성이 느껴져 경계를 허물게 돼요. 난 늘 사람을 의심하고 경계하는 태세를 갖추고 살아왔거든요. 때문에 누구를 만나든 간에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방어해야 했기에 불편할 수밖에 없었어요. 불안함은 필수로 붙어 다녔고요.


한데 이 사람은 진짜 달라요. 간혹 너무 솔직함으로 인하여 서운해질 때도 있지만 신뢰가 가요. 같이 있을 경우 마음이 편안해져요. 비유를 하자면 길고 긴, 아주아주 고되고 버거웠던 오랜 여정을 끝으로 드디어 돌아와 누운 따뜻하고 푹신한 내 방 침대 같아요. 더불어 이불을 끌어와 덮어주고 이마를 짚어주는 익숙한 손길 같단 의미예요.


그리하여 좋아요.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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