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이 마음대로 뒤바뀔 수 있는 소설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당신을 남자 주인공으로 정해놓고서 스토리를 수정해 나갈 텐데. 우리 알콩달콩 콩 키우자, 시답잖은 말장난으로 시작하여 온갖 낯간지러운 짓을 서슴지 않을 텐데. 우리 토라지거나 다투더라도 금방금방 화해하여 응어리지지 않을 텐데. 미운 말은 즉시 지워버리고. 섭섭하게 하는 행동들도 전부 변경해버릴 텐데. 우리가 멀어지지 않도록 애정만 가득한 시나리오로 다시 짤 텐데. 우리를 가로막는 방해 요소 역시 단번에 제거해버릴 수 있을 텐데.
그리하여 마지막 결말로는 ‘우리 둘이 결혼해서 서로를 반반씩 빼닮은 아주아주 어여쁜 아이를 낳아 키우며 화목하게 잘 살았답니다’로 마무리 지을 텐데. 후로는 시리즈물로 다양한 결혼 에피소드를 이어나갈 텐데.
뾰족한 송곳니처럼 아프지 않고 슬프지 않을 수 있을 텐데. 우리의 운명은 결국 서로였음을 이야기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