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헤어질 땐, 왜 그리 진심 아닌 소리들만 쏟아부었

by 주또

우리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법한 말들을 던지며 멀어졌다.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서로를 노려보면서 쏘아붙이듯이 굴었다. 당신을 만난 걸 후회한다느니. 이담에 당신을 만나게 될 사람이 불쌍하다느니. 우연히라도 만나지 말자며, 꼭 그런 식으로 헤어졌다. “요즘 초등학생들도 그렇게 얘기 안 하겠다” 친구들은 혀를 끌끌 찼다. 하나부터 열까지. 유치하기 짝이 없는 행동들과 대사들뿐이었다. 그중 과연 진심이었던 게 단 한 가지라도 있었나. 곰곰이 되짚어보자면, 거의 ‘없다’에 가깝다. 앞에 ‘거의’는 대체 왜 붙느냐 하겠다만. 아예 아녔단 건 거짓일 테니까.


한데, 그래서. 그따위로 끝내놓고서. 지금 와 이런 일화를 기어이 되돌아보는 까닭은 무엇이냐. 보고 싶다. 염치없게 들릴 수 있겠으나 말이다. 당신을 만난 걸 후회한다고 했던 내가, 뒤돌아 서자마자 울었던 건. 순간, 좋았던 기억들이 한꺼번에 밀려온 탓이었다. 게다가 다음에 당신을 만나게 될 사람이 불쌍하다고 한 것은, 사실 전혀 진심 아녔다. 누구보다 상냥했던 그 미소와 섬세한 손길이, 전부 이제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로 향한다는 게 벌써부터 질투가 나는 바람에 그랬다.


현재로 온 나는 우연히라도 당신을 만나고 싶다. 당시에 저지른 말과는 달리 지나가는 골목마다 당신이 없나, 하고서 두리번거린다. 우리 자주 가던 곳에, 혹여나 당신도 여태 발을 들이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하며 거기서 혼자 술잔을 기웃거린다. 그리고 그러다 보면, 어느덧 옆에 와 슬그머니 앉아 줄 것도 같다. 이전처럼 능청스레 웃어줄 것도 같다. 손잡으며. 마시지도 못하는 술은 왜 이리 많이 마시나며. 잔소리를 해줄 것도 같다. 하지만, 항상 망상에서 그친다.

쪽팔려서 누구한테도 털어놓지 못한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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