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사랑이 당신이라고 생각해요

넌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

by 주또

여럿을 만나봐왔지만 그럼에도 사랑을 모르겠다고 흐지부지했거든요. ‘넌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 다들 술 한 잔씩 오고 갔을 적 튀어나오는 단골 질문에도, 혼자서만 땅콩을 주워 먹으며 멍청한 표정을 짓기 십상이었거든요. 사랑에 무지했어요. 설령 사랑을 느꼈다고 하여도 유효기간이 짧았고, 상대보다는 나 자신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별안간 뒷전이 되곤 했어요. ‘나 하나 챙기기에도 버거워’하며 주말엔 휴식을 취하고 집에서 드라마를 보며 배달음식을 시켜 먹는 게 최고였어요.


한데 뭐라고나 할까요? 당신을 좋아하게 된 후로는 뭔가 달라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이긴 한데요. 처음엔 그냥 이미지가 좋은 사람이구나, 했어요. 평판이 나쁘지 않은 사람이요. 가끔 툭 던지는 농담이 실없어서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고요. 간혹 발견하게 되는 진중한 모습에 색다른 매력을 느끼게 되는 사람이요. 의외로 본인의 성장을 위해 한시도 제대로 쉬지 않더라고요. 매일이 일과 함께이고 공부의 연속이며 운동도 더불어 바삐 움직이더라고요. 사람이 아닌 것도 같았어요. ‘어떻게 저렇게 살 수가 있지?’ 본받고픈 마음 반, 신기한 마음 반이었어요.


초반엔 분명 그랬지요. 정말이지 그게 전부였어요. 그래서 당신이랑 뭐 잘되고 싶고 연애하고픈 감정을 갖은 건 아녔어요. 그런데 지내다가 보니 그런 거지요. 어느 순간 당신 앞에서 바보가 되어버리고요. 하려 했던 말들도 까먹고요. 막상 준비했던 대화를 시도한다고 한들 말도 더듬고 그래요. 행동도 고장난 로봇 마냥 삐꺽거리고요. 매번 열이 오르는 바람에 두 볼이 빨갛게 붉어지느라 못생겨지고요. 또 아침과 밤, 가릴 것 없이 떠올라요. 시도 때도 없이 두둥실 떠다니는 얼굴로 인해 밥을 먹다가도 옷에 흘리고 말이에요.


연락을 기다리는 짓. 혹시나 마주칠까 봐,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짓. 계획하에 좋아하고자 한 게 아니에요. 애초에 그러고픈 마음도 없었어요. 진짜예요. 단지 좋아하게 되어버렸으니 쓸데없이 온 진심을 다하게 된 것이지. ‘좋아해도 될까요?’ 묻고도 사실상 대답은 상관없었어요. 좋아하지 말라고 해도 좋아할 거였으니까요. 그렇게 대꾸에 따라 좌지우지될 감정이었으면 애당초 곱게 접어 저 멀리 날려버렸을 테지요.


당신의 선한 웃음. 한껏 휘어진 눈매. 쭉 뻗은 팔과 다리. 갈라진 앞머리. ‘넌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 잇따라 지체 없이 입을 열어요. 그 사람,이라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

그 사람이 제 사랑의 정의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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