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당시, 난 당신한테 할 수 있는 고백들 중 최고의 고백을 했다고 자부해요. 그 뒤로는 우리 운이 좋아,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으뜸의 사랑을 했지요. 그리고 말이에요. 이별도, 있지요. 우리가 할 수 있던 이별 중 제일 최선이었다고 생각해요.
서로의 마음이 식었든 간에 뭐든 간에. 어떠한 이유도 결국엔 ‘마음이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거지’라는 문장으로 귀결되든 간에. 각자 함께 하는 동안만큼은 열과 성을 다했잖아요. 누구보다 허투루 사랑하지 않은 당신이란 걸 알아요. 문득 그렇기 때문에 불현듯 떠오를 수가 있는 노릇이겠지만요.
그해 당신의 세상엔 나밖에 없었어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나요? 생각해 보니 ‘어떻게 헤어져?’하던 우리가 진짜 헤어지기도 했네요. 참 모든 게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벌어지기도 하네요. 손톱을 깎다가 한참 넋 놓곤 해요. 남몰래 당신과의 지난 일들을 회상하느라 눈물 훔치기도 하고요.
그래도 희한한 건 세상이 끝나지 않았어요. 난 당신과 헤어질 경우 대단히 큰일이라도 벌어질 줄 알았으나 똑같아요. 보통의 하루를 지내요. 조금 심심할 뿐이죠. 연락을 해볼까 고민도 했어요. 핸드폰을 온종일 괴롭혔어요.
여행이라도 갈 걸 그랬어요. 국내 여행조차도 바쁘고 피로하단 핑계로 얼버무렸는데요. 한 겹 더 다정하고 세심하지 못했던 날들이 후회가 돼요.
어디서 봤는데요. 여전히 어디서 보고 듣는 게 굉장히 많죠(웃음). 섬세함이 비슷한 정도의 사람들끼리 연애를 해야 한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에서 단 하나뿐이었던 사랑을 제쳐두고서, 우리가 헤어진 이유는 이것 때문일까요? 갈수록 어느 한쪽은 너무 무디고 어느 한쪽은 너무 여린 탓이었을까요?
미련이 남은 건 아녜요.
길어진 속눈썹처럼 무심결에 찔리는 당신이 있을 뿐이에요.
몇 번 눈 비비면 괜찮아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