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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좋아하던 당신이었는데 왜 이별했을까요

by 주또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을 좋아할까’ 혹은 ‘저런 사람 곁엔 어떤 사람이 어울릴까’ 걸맞은 인물이 되고 싶었어요. 당신의 이상형을 알고 싶었고요. 분명 눈이 높을 것 같은데. 따지는 게 많을 것도 같은데. 깐깐한 사람이려나. 나는 어떤가. 어떠려나. 당신 옆에 나란히 설 경우 그림체가 영 딴판이려나. 누가 우리를 좀 엮어줬으면 좋겠다고 수없이 쫑알댔어요. 지나치던 고양이에게 내 마음 가져다줘라, 중얼거렸고요. 날아가던 참새한테 사랑의 타이밍을 만들어달라며 애원했어요. 항상 고백할 찰나를 노리며 품 안엔 어젯밤 새로 쓴 쪽지를 넣어뒀어요.


혹여나 같은 색상의 옷이라도 입고 온 날엔 그토록 설렐 수가 없었지요. 당신을 좋아하지 않는 법이란 건 어려웠으나 당신을 좋아하는 법이란 이 지구상에서 가장 쉬운 문제였거든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좋아했습니다. 나의 청춘이었고요. 나의 짤막한 단막극에 주인공이었어요. 사람이 사람을 너무 좋아할 시엔 얼마나 구질구질 해지는지 몸소 체험하게 되었지요.


나는 내가 잘 됐으면 했거든요. 부와 명예, 이런 걸 바랐다기보다는 당신 귀에 내 얘기가 잘 들렸으면 해서요. 될 수 있는 대로 당신 주변을 오래도록 서성이고 싶었으니까요. 내 소식을 듣고서 당신이 나를 계속 궁금해하거나 구태여 알려 하지 않아도 알게 되기를 원했어요. 바짓가랑이라도 잡고픈 심정. 사춘기 시절에도 이리 방향을 잃은 기분이진 않았어요.


SNS에서 그러던데요. 사람을 망가뜨리는 방법은 그 사람의 전부가 되었다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했던 것 같아요. 당신을 사랑했던 내 모습, 참 좋아했지요. 단 한순간도 대충 좋아한 적 없으니까요. 오히려 그랬기 때문에 힘들었다고 할 수 있어요. 당신을 무척이나 좋아했고요. 비록 우리 남이 되었지만 난 아직도 우리가 서로의 진심을 고백하던 장면을 잊지 못해요.


해가 길어졌고요. 잠만 자고 싶어요. 그 안에선 우리 여전히 행복하거든요. 젖은 눈꺼풀을 비비며 깨어나야 하느니, 차라리 깨어나지 않는 편이 낫겠어요. 전부였던 하루하루가 허물어져 갑니다.


당신이 내린 버스에서 미동 없이 머물러있어요. 텅 빈 옆자리, 말 걸어도 답이 없어요. 나는 도무지 벨을 누를 자신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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