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그때 무슨 말을 했어야 우리 이별하지 않고 무사히 하루를 넘길 수 있었을까요? 돌아서는 당신의 뒷모습이 담담해 보였다는 건 이미 모든 걸 체념한 지 꽤 오래전이었다는 증명이 될까요? 당신에게 가서 얘기했어야 했어요. 난 당신을 진짜 좋아한다고. 더는 오해가 커지지 않도록 행동으로 보여야 했어요. 하지만 나조차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을 지경으로 멍청히 서있었던 것은 우리가 이렇게 될 거란 걸 진작 눈치채고 있었기 때문이려나요.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들을 단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으나 헤어져야 했던 그날은 문득 되돌리고 싶고 그래요. 내가 잘했더라면 우리 당일에 가려던 가게로 같이 향했을 테지요. 별문제 없이 서로의 취향에 맞는 음식 메뉴를 고르고 사이좋게 나눠 먹기까지 했을 테지요. 그러고는 카페에 가서 사진도 찍었을 거예요. 난 여전히 그날 우리의 계획이 머릿속에 생생해요. 어떤 음식점을 가려고 했었는지. 어떤 카페에 가기로 했었는지. 더군다나 일주일 전부터 기대를 한껏 했던 당신이었어요.
내가 사는 게 버거워 당신을 뒷전으로 했나 봐요. 미안해요. 그러려고 그랬던 것은 아녔는데요. 괜히 짜증 부리고 성질내는 일이 잦았던 듯해요.
어느 날은요. 내가 아주 많이 아파 입원을 할 경우 당신이 병문안 와주지 않을까 상상해요. 그렇게라도 보고 싶은 때가 있어요. 미성숙한 생각이란 거 알지만요.
당신은 뭐 하고 있나요. 나를 미워하고 있나요. 혹 아니면 그럴 틈 사이도 없이 벌써 다 잊은 후인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