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청망청 사랑을 다 써버렸어요

좋다며 달려든 사랑이었으나 때때로 앞뒤를 바꿔 입은 옷 마냥 불편해졌다.

by 주또

‘흥청망청 사랑을 다 써버렸어요. 그래서 더는 내게 남은 사랑이 없어요.’라는 문장을 적어놓고서 넋 놓았다. 정말 사랑에도 총량이 있을까. 난 이번 사랑에 모든 걸 줘버렸다고 생각해도 다음 사랑이 나타나면 또 어디선가 사랑이 마구 생성되어 걷잡을 수 없던데. 그렇다고 다음 사람을 만나 이전엔 진짜 사랑이 아니었다 하기에는 너무나도 명백히 사랑이었던 것들.


알고 있다. 스스로가 사랑을 할 시에 어떠한 표정을 짓고 어떠한 톤으로 목소리를 내며 어떠한 눈빛으로 상대를 대하는지. 얼마나 속절없이 사춘기 학생처럼 온 맘을 다하는지.


무심코 언젠가 J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질투는 되게 본인한테 손해인 감정이에요.” 반박할 여지없이 수긍했다. 질투란 늘 굉장히 해로웠다. 상대에게든 나에게든. 어느 쪽으로도 좋을 것 하나 없었다. 온종일 속이 부글부글 끓고 신경이 그 방향으로만 향하는 바람에 괜스레 날이 서고 퉁명스러워졌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럴 때면 누구도 사랑하고 싶지 않아졌다. 극단적으로 사랑을 종료하고픈 충동이 컸다. 왜냐, 질투를 하는 본인의 모습이 되게 별로인 양 여겨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투를 아예 하지 않는 방안이 없어서였다.


바닥에 깔린 카펫 위에 대자로 누워 생각했다. 사랑은 왜 단순히 사랑만으로 되지 않을까. 닿고 싶고 안고 싶고. 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가지 않을 걸 알면서도 질투가 나고. 저 사람을 내 소유로 여겨서는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심통이 나고. 이러한 생각들이 줄 지을 적이면 쉽사리 피로해졌다.


좋다며 달려든 사랑이었으나 때때로 앞뒤를 바꿔 입은 옷 마냥 불편해졌다. 앞으로 내게는 더 얼마나 많은 사랑이 남아있으려나.


얼음을 깨물었다.

와드드득 소리와 동시에 치아가 몹시 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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