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아낀다는 것, 나는 진심을 허투루 쓰지 않아요

by 주또

오늘 저녁 메뉴는 뭐였나요. 난 제법 오래 알아온 지인을 만나 함께 식사를 했어요. 한데 그 사람이 그러더라고요. “널 만나면 힘이 나. 왜냐면 넌 누구든 진심으로 대하잖아. 솔직히 나는 널 백 퍼센트 진심으로 대하진 않거든. 어느 정도 비즈니스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까. 근데 넌 그럼에도 나를 진심으로 대해줘. 진심으로 내가 하는 일들을 알아주고. 위로해 주고. 그래서 가끔 널 만나면 힘을 얻는 것 같아.” 워낙 정갈한 인간이었기에 흐트러지는 모습을 거의 본 적 없었거든요. 고심하던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은 탓에 되게 속이 상했던 모양이에요.


누구는 저 말을 듣고선 서운하지 않았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난 되려 홀가분했어요. 오죽하면 속으로 스스로에게 ‘그동안 듣고팠던 말인가?‘ 물어볼 정도로 말이에요. 상대가 나를 완벽한 진심으로 대하고 있지 않다고 한들, 소중함이 덜해지는 건 아녔지요. 어찌 되었든 간에 내가 이미 그 사람을 알잖아요. 같이 얼굴 마주한 세월이 절반가량 거짓이라 하여도 내가 믿는 그 사람은 다름없는 거예요. 더군다나 예상은 하고 있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진심이기를 택한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테지요. 당신 생각은 어떤가요? 비슷하려나요.


대화, 하니까 마침 떠오르는 일화가 하나 더 있는데요. 작년 여름이었어요. 회사 분과 함께 퇴근을 해서 푹푹 찌는 거리를 지나 가까스로 역에 도착했어요. 다행스럽게도 곧이어 지하철이 바로 도착했고요. 우리는 차디찬 에어컨 바람이 살에 닿자, 그제야 한숨 돌릴 수가 있었지요. 서둘러 자리에 앉았습니다. 이런저런 근황에 관해 나눴던 듯해요.


그러다가 불현듯 그분이 핸드폰을 마이크처럼 손에 쥔 채 입가에 대고서 질문을 했어요. 30대를 앞두고 있는 이 시점, 심정이 어떻냐는 내용이었는데요. 골똘히 고민해 볼 필요도 없이 즉각 대답했어요. “얼른 서른이 되고 싶기도 해요. 빨리 나이를 먹고프기도 해서요. 왜냐, 좀 더 어른이 되면 많은 것들에 의연해지지 않을까 싶은 것도 있고, 20대가 너무 난장판이었거든요. 보기와 다르게 극복의 연속이었고요. 그래서 얼른 30대로 넘어가버리고 싶어요. 과거와도 멀어지고 싶고.” 티 없이 솔직했지요. 다들 나이 먹는 게 뭐가 좋냐고들 하잖아요. 나도 좋은 건 아니에요. 한 해가 바뀌는 게 반갑다는 소리하고도 사뭇 달라요. 다만, 벗어나고픈 거예요. 이 기나긴 악몽 속에서 얼른 깨어나기를 기다리는 아이처럼요.


한 가지 더 털어놓자면, 요즘 나의 행복을 짐작하는 사람이 늘어났어요. 대부분 그다지 가깝지 않은 인물들이 그렇더군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타인의 행복은 쉽게 어림잡아보지만 불행은 까맣게 모른다는 느낌을 받아요. 물론 자신의 불행을 터놓고 여기저기에 떠벌리는 인간이 드물기 때문일 수도 있겠으나, 우리는 타인의 행복이 더 커 보이기 때문에 그 안에 숨겨진 불행을 가벼이 여기는 것 아닐까 하는 결론을 내려보기도 했어요. 밝은 사람일수록 어두운 내면을 감추고 있을 수 있고요. 행복해 보이는 사람일수록 불행을 꾹꾹 눌러 숨기고 있을 수도 있지요. 종종 타인을 쉽게 판단하는 일들이 아프곤 합니다.


이 밤에 주저리주저리 혼자 말이 많았네요. 당신을 포함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별 탈 없이 아끼고 싶습니다. 언제나 의심할 여지없이 진심이에요. 좋은 꿈 꿔요. 당신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난 오늘도 당신이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요. 고마워요.



잠 못 드는 밤, 함께 들어요 ASM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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