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는 연민이 빠지지 않는 걸까요

by 주또

우린 서로가 측은해서 사랑에 빠졌던 걸까요. 서로를 향한 연민이 서로를 끌리도록 만들었나요. 아무렴, 뭐든 좋아요. 당신의 상처를 정면으로 마주합니다. 허투루 위로하고 싶지 않고요. 그저 거리낌 없이 안아주고자 해요. 또한, 다신 반복되지 않도록 조심하고요. 나 역시 당신을 통해 치유받았어요. 죽었던 화분이 생명을 되찾듯 드라마틱한 현상이 벌어졌지요. 이러니 어찌 내가 있어야 할 곳이, 당신 아닌 다른 곳이 될 수가 있겠어요.


후회 없이 사랑할래요. 주변에서 들려오는 뻔한 말들에 혹하지 않고요. 다들 이것저것 따지고 계산해야 한다며 괜한 훈수를 두곤 하잖아요. 어찌 되었든 간에 사랑이 시작되어버린 이상, 어떻게 마음을 함부로 접고 펼치고 하는 게 가능하겠어요. 우리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계속해 가요.


당신이랑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재미나요. 촌스러움마저 들떠요. 우리는 자판기 커피를 나눠마셔요. 뽑기로 겨우 얻은 인형을 잔뜩 걸고 다니고요. 값비싼 물건이나 치장하기에 좋은 액세서리를 주고받지 않아도 만족이에요. 선물이랍시고 건넨 싸구려 물품 하나에도 수줍은 기세로 아이처럼 즐거워집니다. ‘아, 이런 게 진짜 행복이겠구나‘ 충만해져요. 우리가 하는 대화도 정말이지 유치하기 짝이 없어요. 이를테면 대부분의 주제가 “우리 이 정도 돈을 모아야 하지 않을까?”라든가, 결혼에 관련된 것이 아닌 오천 원짜리 인형을 들고서 상황극을 하는 거거든요. 혹은 입으로 트럼펫 소리를 내기도 하고요. 천진난만해질 수 있어요.


당신은 감정 기복이 심한 날 애정 어린 음성으로 달래주는데요. 짤막한 한숨과 동시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넘겨줘요. 그 손길을 가만 받아내고 있자면, 마치 오래 꾼 꿈결같아요. 어느 날은 문득 선잠처럼 서러워지는 탓에 목놓아 울어버리기도 하지만요.


당찬 포부라고 하기엔 다소 부끄러운 감이 있으나, 난 당신을 위해 꼭 잘되고 싶습니다. 훗날 나이가 들어, 당신과 오래된 자동차를 타고서 달리는 상상을 해요. 그때에도 당신은 여전히 좋아하는 걸 설명하며 눈동자를 반짝일 테지요? 그 모습을 영원히 눈에 담을 수 있을 경우, 더 바랄 것이 없을듯해요.


우리는 쿠킹 호일에 싸인 김밥 한 줄을 입에 넣으며 나태해집니다. 그간 품고 온 상처와 낡은 관념들을 잊어버리면서 말이에요. 겨울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털 모자와 털장갑을 챙긴 채 “봄이 오지 않는 곳으로 떠나버리자"라고 말해야겠어요.


* 함께 들어요, ASMR :)

https://youtube.com/@sarmumegg?si=0N4_0trLrHMk8gf2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1화나에게도 완연한 봄이 올 거라고 여러 번 속삭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