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나의 낭만, 가장 첫 번째 줄에 쓰여요

by 주또

내가 지나온 세계로 보았을 때 믿을 구석이라곤 당신밖에 없어요. 다른 인물들은 바삐 경계해야 해요. 허튼 말장난이 아니라요. 정말로 나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며 마음을 안정적으로 내어줄 수 있었던 인물은 당신 한 사람뿐이라니까요. 예나 지금이나 오직 당신 단 한 명이요. 우리는 서로의 슬픈 면들이 겹쳐, 익숙한 바람에 이끌렸던 것도 같아요. 슬픔은 또 다른 슬픔을 찾는다고들 하잖아요. 하지만 난 결코 후회하지 않아요. 우리가 처음 손잡은 그 후로, 아주 작은 무엇도 나아진 점 하나 없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을 택한 걸 한사코 되돌리려 한 적 없지요.


당신은 매번 사랑에 실패하던 내게 성공이었고요. 매해 수시로 나쁜 패를 쥐던 내게 행운의 카드였어요. 환심을 사기 위한 농담 아녜요. 이렇게 수차례 정성스레 거짓을 말할 배짱도 없으니 전적으로 신뢰해도 돼요. 아마 이 지구상에서 당신을 제일 많이 사랑했을 거라 자신합니다. 당신이 이전에 만났던 연인들과 견주어보아도 전혀 밀리지 않을 정도로요. 물론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저울 위로 올려 무게를 잴 수 있겠냐 싶다마는, 누가 더 부족했고 넘쳐났고를 따질 것 없이 나는 순전히 진심이었단 의미예요.


당신이랑 가족까지 기대했어요. 당신의 편에 서서 당신이 그동안 품었던 모든 낭만을 직접 실현시켜주려 했어요. 당신을 아프게 했던 전부를 저주하며 행복만이 깃들 수 있도록 내가 노력하면 된다고 생각했지요.


당신과 소파에 앉아 맥주 한 캔을 나눠 마시는 상상을 주로 합니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나는 금세 얼굴이 붉게 물들 텐데요. 당신이랑 그 상태로 해가 완전히 숨어버릴 때까지 잔잔한 음악을 듣고 싶네요. 방안에서는 우리를 닮은 아이가 새근새근 잠들어있고요. 괜스레 뒤척이는 소리에 놀라 황급히 노래를 멈춰버리지요. 이윽고 고요가 찾아와 우리를 간지럽히면 마주 본 채 배시시 웃고 마는 거예요. 엄청난 일을 해낸 것 마냥 손을 마주 잡고 흔들면서요.


한없이 즐거울 것 같아요. 이따금씩 필연적인 불행이 문 두드릴 시에도, 벌벌 떨며 숨지 않을듯해요. 두 눈 부릅 뜨고서 뭐든 굳건히 이겨낼 수 있을 거란 기분이 듭니다.


고백하건대, 나는 이러한 낭만에 젖어 하루를 겨우 살아요.



*함께 듣는 플레이리스트 :)

https://youtube.com/@sarmumegg?si=4TvIFglo7L5VzUr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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