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없으니 세상 모든 것들이 불필요해져요

by 주또

오늘 당신이 주었던 영양제 마지막 한 알을 입에 넣었어요. 물과 함께 꿀떡 삼키고 침대에 누우니, 왜 하필 이마저도 오늘인 것인지 새삼 야속해지네요. 당신으로부터 정말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다신 경험할 수 없을 듯한 행복을 맛보았고요. 후회는 없어요. 난 제아무리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고 한들, 반드시 당신을 도로 사랑할 거예요. 무수한 다정들을 뒤로 제치고서 단언컨대 당신을 택할 거예요. 비록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을 바꿀 여력이 부족하여 결국엔 이별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천 번 당신 곁으로 향할 겁니다. 일말의 망설임조차 없이요.


영원히 좋아하고 싶은 사람이었지요. 차츰 엄습해오는 헤어짐을 모른 체하며, 남이 되기를 하루씩 미뤄가면서까지 평생을 당신 애정하는 데에 전부 소진하고자 했어요. 반대고 뭐고, 결혼하고 싶었어요. 단지 당신이랑 지금처럼 소박하게 즐겁고 싶었습니다. 맛있는 걸 함께 먹고 싶었고요. 기념일을 축하하며 케이크 위에 꽂은 촛불을 나란히 불고 싶었어요. 욕심일 수도 있어요. 우리를 방해하는 요인들을 어쩌지도 못한 상태로 홀라당 사랑을 손잡았으니까요.


도대체 우리는 무엇이 되어야 했으려나요. 본인 스스로 원하지 않았던 인생을 거머쥐게 된 입장에서, 각자 어떤 조치를 취했어야 사랑을 인정받을 수 있었던 건가요. 나는 삶이 미워요. 우리를 떨어뜨리려 아등바등 한 인생이 꼴 보기가 싫어요. 당신을 잃은 후, 난 방향 키를 잃고서 바다 한가운데에 떠있는 배에 불과하고요. 모든 색상을 빼앗긴 흑백밖에 되지 못해요.


내가 그랬지요. “살기 싫다”라고요. 당신은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다그쳤으나, 한번 터져 나온 문장은 줄줄이 뒤를 이었지요. 당신 없는 삶이 너무 두렵다고 말이에요. 두렵다 못해 무서울 지경이라고 말이에요.


내일모레 당장 지구가 멸망하기를 바라요. 그러면 우리 그전엔 마음껏 사랑해도 되는 거잖아요. 불같은 사랑이었어요. 용케 꺼지지도 않은 채 아직 온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지요. 당신이랑 있을 시, 시간이 흐른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서 오직 서로에게만 몰두할 수 있었는데요. 늘 주변의 작은 기척에도 쉬이 흐트러지는 나로서는 정말이지 신기할 따름이었지요.


당신이 걱정돼요. 네모난 방 안에서 다분히 슬퍼할까 봐 가슴이 미어져요. 우리는 훗날 다른 사람과 영원을 약속하는 날이 오려나요. 만일 그런 날이 올 경우, 왠지 모를 죄책감이 들 것 같단 생각에 먹먹해지네요.


역시나 사랑은 내 편이 아니었어요. 사랑 같은 건 나와 어울리지 않아요. 내 사주가 서럽다는 말이 맞았던 모양이에요. 괜히 당신한테 슬픔을 옮겨준 것은 아닐지, 미안해집니다. 나는 나를 둘러싼 공기마저 탓하고 싶어서 안달이에요.



*함께 듣는 플레이리스트 :)

https://youtube.com/@sarmumegg?si=WO_APJfqxoF4in5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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