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도망갔더라면, 같이 살자는 말이 당연했을까요?

by 주또

내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더라면 우리의 사랑이 백배 이상 수월했을까요? 우리가 우리 외에 신경 써야 할 것들이 없을 경우 반드시 영원을 약속했을까요? 다른 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둘이서 도망이라도 갔을 시엔, 같이 살자는 말이 쉬웠을까요? ‘만일’이라는 가정은 언제나 가슴을 무너지게 만들곤 하지요.


당신이랑 소소한 행복을 만끽하며 곁에 머무르려 했습니다. 단 한 번도 거창하고 근사한 걸 필요치 않았어요. 가까이에서 숨결만 나누어도 천국 같았지요. 동화처럼 아름다운 결말은 우리한테 허락되지 않았으나 그럼에도 계속해서 번외를 써나아가고팠어요. 내 생에 결코 흔하게 찾아오는 사랑의 기회가 아님을 알기에, 섣불리 포기하고자 하지 않았지요.


당신을 알게 되어 처음 깨달았어요. 나도 진짜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에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 물었죠. 그간 어찌 행복을 모른 채 살았을 수가 있냐고. 의심 가득한 눈초리에 대고 슬피 미소 지었습니다. 난 태생이 눅눅했어요. 의도치 않게 겪어야만 했던 여러 굴곡 속에서 내내 생명력을 잃은 상태로 몸을 둥글게 말고 있었어요. 정해진 운명도 싫었고요. 내가 택하지 않은 모든 일들에 진저리가 났지요. 그러던 중, 당신이 내게 손 내밀었고 그 순간만큼은 완연한 봄날이었답니다.


난 아직도 당신 위로 펑펑 쏟아져내리는 눈송이를 바라보며, ‘이 추위에 맞잡은 손이 이리 따뜻할 수가 있나’ 속으로 중얼거렸던 찰나를 기억해요.


또다시 캄캄한 새벽이에요.

잠이 오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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