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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다약시 May 14. 2021

나에게 선물하는 삶

나를 좀 더 사랑하기 위해서 작은 선물을 하나씩 해주기로 했다.

나는 항상 나에게 인색했다. 첫째라는 위치 때문인 건지 아니면 성격이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나에게 쓰는 모든 것들은 항상 아까웠다. 나에게 쓰는 커피 한 잔 값도 아까워서 알커피를 타 먹곤 했을 정도다. 하지만 남에게 쓰는 돈에는 인색하지 않았다. 길 가다가 내가 좋아하는 누군가가 생각나는 음식, 물건들을 보면 어느새 내 손에 들려있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그 어떤 투자도 아까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날 가계부를 보면서 흔히 말하는 '현타'가 왔다. 소비의 70%가 남을 위한 소비였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고민에 빠졌다. 왜 나 자신에게는 투자하고 선물해주지 않을까. 깊은 고민 끝에 알았다. 나는 나 자신보다 남들을 조금 더 사랑해왔던 것이다. 이런 행동에는 그들을 많이 의존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내 곁에 있어준 것이 고마워서 하나 둘 전해주다 보니 그들이 나보다 조금 더 우선순위에 있었던 것이다.


내가 있어야 모든 것이 있는 것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모든 일들에서 나를 버텨주게 하는 건 "나 자신"이었다. 너무나 힘들어 모든 걸 외면하고 있을 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으나, 자신을 추스르고 세상 속에 내디뎠을 때 주위 사람들이 보였고 그들의 말이 들려왔다. 자신을 외면하는 시간 동안 그 모든 외침은 허공 속의 메아리였을 뿐이었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난 후 주위 사람을 사랑하려면 나부터 사랑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어떻게 하면 나 자신을 사랑해줄 수 있을까?


이를 위한 첫 번째 발걸음으로 나에게 선물을 해보기로 했다. 나에겐 생소했던 '나를 위한 선물'을 줘보기로 했다. 여러 가지 후보군 들 중에 무엇을 나에게 먼저 선물할지를 고민했다. 가방은 옷보다는 닳지도 않고 소장하기도 쉬우며 관리하기도 쉽지만 뭔가 뜻깊은 의미를 넣기에는 조금 망설여지는 부분이 있었고, 귀걸이나 목걸이는 잃어버릴까 봐 무서워 선뜻 결제하기가 두려웠다. 그렇게 깊은 고민 끝에 첫 발걸음이라는 의미를 가득 담아 보기로 했다. 앞으로 나아갈 자신을 사랑하는 길에 흥겨운 첫걸음을 내딛을 수 있도록 나에게 주는 첫 번째 선물신발을 골랐다.


평소 같으면 인터넷 쇼핑에서 저렴한 순서로 골라 며칠간의 비교 끝에 가장 저렴하고 가성비 좋은 신발을 골랐을 테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취향의 신발들을 모으고 모아 그중 가장 맘에 드는 녀석을 골랐다. 평소에 사는 가격대보다 훨씬 높았지만 괜찮다. 나를 위해 주는 첫 선물이니 그만한 값어치를 해줄 것이다. 그렇게 결제를 하고 나에게 올 내 선물을 기다리고 있다.

나를 사랑해주기 위한 첫 걸음이다.

비록 큰 선물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나를 위한 선물을 하나씩 해줄 것이다. 남보다 나를 조금 더 사랑하는 큰 의미가 되어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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