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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쮸댕 Aug 31. 2022

 부모가 되기 위해 독립하는 중입니다

간섭, 그리고 존중의 관계

요즘은 딩크도 많던데 뭐가 그리 조급해


시험관을 하겠다고 했더니 시어머님이 하신 말씀이다.


사실 시어머니는 결혼한 지 2개월도 안되었을 즈음에 물으셨었다. 자녀계획은 어떻게 되냐고.


"아직 신혼인데 무슨 자녀계획이에요!"


하고 남편이 버럭 화를 내자 나중에 그게 뜻대로 되는 줄 아냐며,


"남자는 그러려니 해도 여자 나이를 생각해야지"라고 하셨다.


그때 내 나이는 서른둘이었다.


베이비 부머 세대는 보통 이십 대 중후반에는 결혼을 했고, 아이도 지금보다 어린 나이에 낳았다. 우리 엄마도 30에 첫째인 나를 낳았는데 친구들 중에서는 늦은 편이었다. 밀레니얼 세대부터 초혼이 늦어지고 그에 따라 출산 평균 연령이 33.4세가 되었지만, 그들이 바라보는 관점에서 내 나이는 노산의 범주에 들어간다. 갖고 싶을 때 뜻대로 되지 않을 우려에 대하여 모르는 게 아니다.


하지만 마음은 불편했다. 임신이 잘 안 되면 여자 나이를 제일 먼저 문제 삼을 수 있겠다는 점. 또한 아이를 낳고 안 낳고는 우리의 선택이 아닌 의무라는게 전제되었다는 점에서.


그런 어머님이 시험관 얘기에 덜컥 딩크도 괜찮다고 하시다니. 짐작컨대 그것은 진심이 아니었다. 나에게 압박감을 준 이전의 말들을 덮어버리고 싶은 의도였던 것 같다. 그렇게 함으로써 당신은 부담을 주지 않는 사람이 된 거다.




여전히 한국사회에서는 아이를 낳겠다는 결정보다 낳지 않겠다는 결정이 더 어렵다. 소나무보다 완강하고 파도보다 거센 부모세대의 반대를 꺾어야 하니까. 우리 엄마만 해도 아이를 갖지 않는 게 이기적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다. 딩크가 되겠다고 했다면 친정과 시가 모두 뒷목 잡고 쓰러졌을 거다. 나는 그분들에게 도전장을 내밀만큼의 용기도 없었고, 연을 끊을 생각은 더더욱 없다.


너희 인생이니 알아서 해라 하고 노터치 하시는 쿨한 부모를 둔 지인들도 있다. 같은 시절을 겪고도 다른 사고방식을 갖는 건 성향의 차이일까. 보수적 성향과 진보적 성향. 그게 아니라면 어떤 인생을 살아오셨길래 자녀에 대한 속박의 끈을 놓으셨는지 궁금하다.


그림 by 쮸댕


물론 내가 임신을 원하는 건 사회적 통념 혹은 부모세대의 강요 때문은 아니다. 난생처음 느껴보는 사랑을 하고,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행복과 고난을 경험하고 싶다. 엄마가 나에게 준 가슴 시리고 위대한 사랑을 나도 어엿한 한 존재에게 주고 싶다. 그래서 임신을 결심하였고 시험관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다만 부부의 인생에서 중대한 사안들이 온전히 둘만의 것이 되지 못하는 이 상황이 씁쓸하다.


사랑이라는 이름이 입혀진 이 포함의 관계에서 완벽히 자유롭기란 불가능하다는 걸 안다. 그 누구도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 고부 관계가 그렇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서로 배려해야 한다.  가끔은 어쩔 수 없이 선을 넘기도 하지만 그렇게 또 다듬어진다.


그 시간을 통과하면서 우리 부부는 고민한다. 현명하게 독립적일 수 있는 방향을.


둘의 인생에서 충분히 주체적이기


부모가 되기에 앞서 먼저 도달해야 할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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