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겨울의 동반자, 슈톨렌
"띠링." 기다리던 알림 소리와 함께 팔로우 중인 베이커리 인스타그램 계정에 새 글이 올라온다. "예약 주문받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슈톨렌 판매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게시물이다. 10월과 11월 사이, 달콤하고 포근한 겨울과 만날 준비를 시작할 시간이다. 몇 해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해 이제는 연말의 상징처럼 자리 잡은 슈톨렌은 나에게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작은 의식과도 같다. 발품이 아닌 '눈품'을 팔아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인스타그램을 오가며 올해의 슈톨렌을 고르는 시간은 설렘으로 가득 차 있다.
베이커리의 상세 페이지를 꼼꼼히 살펴보고 이 가게다! 싶은 확신이 들 때 주문서를 작성한다. 틴 케이스에 예쁘게 포장되어 있거나, 작은 카드가 동봉된 정성스러운 패키지는 선물을 전하기에도 제격이다. 정성과 디테일이 담긴 제품을 찾는 것은 나에게 작은 기쁨을 선사한다.
양가 어른들에게 드릴 선물용으로 한두 개, 내가 먹을 것과 나눠 먹을 것까지 합해 약 서너 개를 구매하면 겨울나기가 든든해진다. 이렇게 준비한 슈톨렌은 단순한 빵이 아니라, 크리스마스의 설렘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의 상징이 된다. 받아보는 기쁨 못지않게 선물하는 기쁨이 큰 순간이다.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슈톨렌을 얇게 잘라 한 조각씩 맛볼 때면, 겨울의 시작과 함께 한 해가 저물고 있음을 실감한다. 사실 슈톨렌은 내게 있어 그저 빵 이상의 존재다. '올해도 수고했어' 하고 스스로를 달래는 친구 같은 존재랄까. 누가 크리스마스에 남친이 필요하다 했나? 남친 아닌 남(의)편뿐인 나에겐 슈톨렌이 있다. 빵인데도 이토록 내 마음을 위로해 주다니, 이 친구 분명 그냥 빵은 아니다. 빵집마다 저마다의 개성과 손맛이 담긴 슈톨렌은 설탕과 아몬드 가루를 섞어 만든 쫀득한 마지팬의 풍미와 럼주에 담근 과일의 맛에 따라 다채로운 매력을 자랑한다.
슈톨렌은 생각보다 오래된 친구다. 아주 오래전부터 독일에서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전통 빵으로 사랑받아왔는데 최근에서야 나의 관심 레이더망에 걸려들었다. 독일에서 온 겨울 외교관 같은 이름부터 고급진 이 빵은 그냥 먹는 게 아니라 우아하게 즐겨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 나의 경우 우아하기보다, 슈가 파우더가 흐르지 않게 잽싸게 입을 갖다 대고 먹는 모습이 영 경망스럽기 짝이 없다. 그래도 괜찮다. 이 정도쯤이야 내가 누릴 겨울의 호사에 대한 소소한 희생이다. 산타할아버지도 알고 계실까? 슈톨렌이 얼마나 맛있는지.
슈톨렌을 가운데서 자르면 하얀 슈가 파우더가 후드득 접시 위로 떨어지며 눈 내리는 겨울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쫀득한 마지팬이 빵의 중심을 잡고 있고, 그 주변을 오렌지 껍질과 레몬 껍질, 럼주에 절인 과일 조각들이 알록달록하게 장식한다. 얇게 자른 슈톨렌 조각들을 가지런히 그릇에 담고, 남은 두 덩이를 조심스레 이어 붙이며 다음 날의 즐거움을 남겨두는 전통은 얼마나 낭만적인가.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한 조각씩 먹는 이 작은 의식은 겨울의 즐거움을 입 안 가득 채우는 일종의 행복이다.
슈톨렌을 바라볼 때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오른다. 도넛을 먹으며 흰 설탕 가루를 혀로 핥던 그 시절, 부스러기 한 톨까지 아껴 먹던 기억이 어렴풋이 스친다. 현재의 달콤한 슈톨렌과 과거의 추억이 겹쳐지며, 겨울의 낭만은 한층 깊어진다.
슈톨렌을 준비하며 맞이하는 겨울은 단순히 계절이 바뀌는 것을 넘어, 한 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설렘을 기다리는 시간이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맛보는 이 빵 한 조각은 그 자체로 작은 축제가 된다. 이 달콤하고 포근한 겨울의 동반자와 함께 한 지난 추억을 되새기며, 앞으로 다가온 한 해의 시작에 다시금 마음이 두근거리고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