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5일
어떤 한 노래에 꽂히면 그 노래 하나만 주구장창 듣는 스타일이다. 무슨 고집이었는지 나는 여행할 때 그 나라 유심칩을 안 사고 인터넷 없이 여행했었다. 인터넷이 없었기 때문에 차나 기차에서 유일하게 즐길 수 있는 오락거리는 음악이 전부였다. 얼마나 들었는지 다운 받은 127개의 음악을 아직도 순서대로 다 기억할 정도다. 그 리스트에서도 기분 좋을 때 듣는 노래, 차분해지고 싶을 때 듣는 노래, 아련해지는 노래 등등 나름 파트가 정해져 있었다. 빠른 템포로 기분 좋게 걷고 싶을 땐 MIKA나 Olly Murs, Marroon 5 등을 들었고 한국 노래는 10cm, 아이유, 딕펑스 등을 들었다.
몇몇 곡은 너무 좋아서 며칠 내내 그 한 곡만 계속 반복해서 들었다. 그래서 그 노래만 들으면 그때의 상황과 여행했을 때의 기분이 느껴진다. 조지아에선 아이유 챗셔 앨범을 계속 반복해서 들었는데 그중에 ‘안경’ 이란 노래를 특히 많이 들었다. 그 노래만 들으면 조지아의 광활한 설산 풍경과 그 사이를 버스 타고 이동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보통 가사보다 멜로디가 좋은 노래를 좋아한다. 그래서 그렇게나 많이 들었음에도 가사는 못 외운다. 이상하게 아이유의 챗셔 앨범은 다른 앨범의 노래들과는 달리 살짝 차가운 느낌이 든다. 그래서 추웠던 조지아에서 챗셔 앨범을 듣는 걸 좋아했나 보다.
Sam ock의 Simple steps 앨범은 터키 여행할 때 정말 많이 들었다. 역시나 가사는 잘 모르지만 샘 옥 노래의 멜로디가 그때 나의 터키 여행과 잘 맞았다. Roller coaster와 Beautiful People이라는 노래를 카파도키아에서 6시간 동안 반복해서 들었던 게 생각난다. 이상하게 샘 옥의 노래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졌었다.
동생과 태국 여행했을 땐 딕펑스의 viva 청춘과 마마무의 아에이오우를 듣고, 헨리와 여행했을 땐 디즈니 노래들, 혼자 집중할 땐 지브리 스튜디오나 이병우의 비를 들었다. 작년엔 가을이가 알려준 Avicii의 The nights를 운동가기 전 매일 들었다.
앞으로도 노래에 그때의 감정과 상황을 담을 것이다. 내 기억력이 나빠져 더 이상 기억을 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노래만 들으면 ‘그때 기분이 좋았었지’ 정도는 느낄 수 있게. 상황을 기억 못 하는 건 괜찮은데 감정을 기억 못 하는 건 너무 슬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