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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hn Mun Aug 11. 2019

<길들여진, 길들여지지 않은> 사이, 엘리자베스

동물들이 가진 비밀

나의 어릴 적 꿈은 수의사였다. 초등학교도 입학하기 전인 여섯 살 때쯤이었던 것 같다. 강아지를 무척이나 키우고 싶었고, 동물원에 가는걸 무척이나 좋아했다. 곤충도 키우고 싶어 밤에는 사슴벌레나 장수풍뎅이를 잡으러 동네 아이들을 불러 모으기도 했다. 심지어 가장 좋아했던 TV 프로그램은 당시 어린이들의 로망이었던 ‘디즈니 만화동산’이 아닌 ‘동물의 왕국’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동물을 키우지도 않고 수의사의 꿈도 접은 채로 살고 있다. 이유는 두 가지였던 것 같다. 첫째는 집에서 강아지를 키우지 못했다는 점이다. 나와 여동생은 강아지를 무척이나 기르고 싶어 했지만 부모님께서 반대를 하셨다. 강아지를 기른다는 것이 얼마나 큰 책임감이 필요한지 이미 알고 계셨기 때문일 것이다. 나와 여동생은 책임감을 증명할 수 있을 만큼 큰 나이가 아니었다. 결국 나의 어린 시절엔 반려견은 없었다.


두 번째는 ‘길들여진, 길들여지지 않은’ 책을 읽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주 약간이 과장이 섞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 책은 정말 동물을 사랑하게 만들어준다. 책의 작가인 사이와 엘리자베스는 동물을 무척이나 아끼고 사랑한다. 책을 읽는 내내 그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주변에서 반려동물로 흔히 키우는 강아지나 고양이에서부터 양서류, 곤충, 조류에 이르기까지 모든 동물을 사랑하고 공감하고 있다. 동물에 관심이 많거나 동물을 아끼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이 책은 어려운 내용은 없다. 저자들이 동물에 대해 경험하고 느낀 바를 짧은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 챕터가 다섯 내지 여섯 페이지로 길지 않은 내용이다. 한 자리에 앉아 꾸준히 읽는 것도 좋겠지만 여행지나 출퇴근길에 틈틈이 읽기에 무척이나 좋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충만한 저자들이라 마음 따뜻한 내용도 많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저자들이 동물학자임에도 불구하고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해 보인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동물은 A라는 역할을 할 수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내가 경험해 봤기 때문이다’라는 식의 논리를 사용한 경우가 흔하다. 일부 과학적 근거를 주장하기도 했지만 주석이나 데이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내가 해봤기 때문에 동물도 그렇다는 주장은 마음은 따뜻하지만 약간의 설명력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충분히 읽어 볼만한 가치가 있다. 이미 동물을 하찮게 여기는 사람들의 마음을 돌리기엔 부족할 수는 있겠지만, 동물을 아끼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마음 따뜻하게 읽을 수 있을 내용들이 많다. 특히나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아끼는 친구가 있다면 이 책을 꼭 선물해주고 싶다.



※ ‘길들여진, 길들여지지 않은’ 책을 지원해 주신 홍익출판사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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