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oho Jan 09. 2024

단식 일곱째 날

삶을 위협하는 기후위기

하필 단식 기간 중 본 유튜브 광고가 아프리카 기아 후원 광고였다. 그냥 넘겨버리기 어려웠다. 마음이 가지만 이미 후원하는 곳들이 있는터라 보통 애써 무시하곤 한다. 오늘은 끝까지 보게 됐다. 일주일에 한 번 제공되는 무료급식을 먹기 위해 1시간이나 되는 거리를 걸어간다고 한다. 잠시만, 3일 단식도 이렇게 힘든데, 일주일이나? 물론 아예 아무것도 안 먹는 것은 아니겠지만 공복감이 일상이 된 아이들의 삶은 얼마나 고단할지 상상하기 힘들었다. 


현대 사회에서 사회 안전망이 많이 구축되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의 삶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기후 위기는 인류 문명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매해 전 세계적으로 기후 재난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빈도가 잦아졌다. 이상 한파, 이상 고온 이런 단어들이 심심치 않게 뉴스에 나온다. 그야말로 우리가 파괴한 자연이 다시 우리를 파괴하려 한다. 


기후 위기에 가장 취약한 계층은 저개발 국가 또는 소득 하위층이다. 고소득 국가는 200여 년 전 산업혁명 때부터 탄소를 배출하며 성장해 왔다. 1750년부터 2021년까지의 조사 결과,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한 국가는 미국이다. 배출량 4219억 684만 톤으로 전 세계 누적배출량의 29.24%를 차지했다. 유럽연합이 2위, 중국이 3위를 차지했다. 반면 아프리카의 누적배출량은 2.83%에 불과하다.


바다에서 연설하는 투발루 외교부 장관


2021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투발루의 외교부 장관은 바닷물 속에 들어가 연설했다. 전 세계의 기후 대응 행동을 촉구하기 위해, 과거 육지였던 투발루의 바다에 들어가 호소한 것이다. 이는 큰 이슈가 되었지만, 2년이 지난 지금,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이처럼 어떤 이들에게는 기후위기가 이미 생존에 큰 위협이지만 그들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에 기여한 것이 거의 없다. 그들에게는 조상 대대로 이어져 온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후 난민이 발생하며, 난민은 다른 나라에서 또 배제되거나 차별을 받게 될 것이다.


국제 환경단체 옥스팜(Oxfam)과 스톡홀름 환경연구소(SEI)가 2020년 9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상위 10%의 인구가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52%를 차지한다고 한다. 반면 가난한 50%의 인구가 배출하는 탄소는 7%에 불과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사회적 인프라가 부족한 가난한 지역의 사람들은 기후 재난으로 피해를 입을 확률이 크다.


소득 별 탄소배출량


재작년 우리나라에도 극심한 홍수가 들이쳐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던 세 가족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있었다. 기후 부정의가 가져온 안타까운 사고이다. 기후 재난은 언뜻 보면 계층을 가리지 않고 공격하는 것 같지만 사실상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취약하다. 하지만 그들에게 좋은 집을 제공해 주고, 에어컨, 보일러 같은 시설을 갖춰주는 것만이 해답일까?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면 스마트폰을 켜고, 자동차로 출근하여 컴퓨터를 켠다. 메일함에 잔뜩 쌓인 이메일을 확인한다. 여름에는 에어컨을 켜고 겨울에는 난방기를 켠다. 밀집 사육 공장에서 대량의 항생제를 맞고 자란 닭고기나 소, 돼지고기를 주로 먹는다. 점심을 먹고 일회용 컵에 커피를 테이크아웃 한다. 피로가 쌓인 저녁에는 집에 가서 배달 음식을 시켜먹거나 마트에서 산 밀키트를 조리해 먹는다. 이러한 일상이 자연스럽다. 


삶의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탄소배출이라면 과학자들이 경고하는 1.5도 기온상승을 넘어 지금보다 더 극심한 기후 재난이 일상이 될 것이다. 그때 가서 대응하자고 하면 이미 늦다. 뜨거워진 지구가 빙하를 녹이고, 태양열을 반사하던 빙하가 태양열을 흡수하는 바다로 변한다. 그러면 지구 온도는 더 올라가고 다시 빙하가 녹는다. 이를 양의 되먹임 현상(positive feedback)이라 부른다.


국가적 차원에서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중요하다. 기후 재난으로 사각지대에 놓인 국민들이 터전을 잃을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대비책을 충분히 마련해두어야 한다. 또한 탄소를 배출하는 스마트팜보다는 땅을 살리는 유기농 농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기업적 차원에서는 제품의 생산뿐만이 아니라 폐기 과정까지 생각하며, 폐기된 자원을 수거하여 재생산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탐구해야 하며, 자연에서 얻은 소재를 활용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 자연을 착취해도 되는 자원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생명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식습관, 생활습관을 바꾸고, 정부와 기업의 그린워싱을 감시하고 끊임없이 기후정의를 요구해야 한다. 


과학자들은 말한다. 

"지구에 지금 소행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전 세계가 당장 기능을 멈추고 소행성의 피해를 막기 위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입니다. 기후 위기는 이와 같이 다루어져야 합니다."


*자료 출처 : 뉴스펭귄(https://www.newspenguin.com/news/articleView.html?idxno=14078)




오늘은 드디어 3일간의 본단식이 끝나고 회복식으로 들어가는 날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화장실에 갔는데, 혈변을 보았다. 혹시 어제 간청소를 위해 먹은 올리브유의 영향일까. 한 시간 뒤에 보니 월경이 시작된 것이었다. 경미한 생리통이 겹쳐 몸에 힘이 없다. 채식 후 생리통이 많이 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자궁 쪽이 당기고 몸에 힘이 없는 것은 여전하다. 면생리대를 빨았다. 맑은 빨간색 피에다 피비린내 말고는 역한 냄새가 없다.


아침에 간청소를 위해 어젯밤에 먹은 올리브유를 한 번 더 먹었다. 힘이 없어 다시 잠에 들었다. 8시에 다시 일어났는데 아직 변이 나올 기미는 없다. 담석이 진짜 나올런지 궁금하다.


오늘은 점심부터 미음 반 공기를 먹으면 된다고 한다. '좋은 쌀'을 꼭 사용하라고 강조하셔서 한살림에 가려고 했는데, 에너지가 나질 않아서 11시 반까지 누워있었다. 더 늦으면 안 되겠다 싶어 한살림에 가서 백미 1kg를 구입했다. 돌아오는 길, 4층인 우리 집까지 일부러 계단을 이용해 보았다. 숨이 차지만 4층까지는 괜찮다. 조금씩 움직여주니 좀 더 에너지가 나는 듯하다. 몸속 구석구석 숨어 자고 있던 에너지가 몸을 움직이면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고 나오는 것 같다.


후단식 1일 차 점심


점심은 미음 반 공기.

사람들이 굶은 뒤에 먹는 미음이 이렇게 단지 몰랐다는 후기를 보내왔는데, 내 입에는 그냥 쌀죽이다. 차라리 효소차가 더 맛있다. 위가 많이 줄었는지, 미음 반 공기를 먹고도 배가 불러왔다. 그리고 잠시 후, 잠이 몰려왔다. 평소 밥을 맛있게 먹고 나면 꼭 낮잠이 몰려오는데, 단식 기간에는 오래 자지 않아도 낮잠이 오지 않아서 신기했었다. 소화하는 데에 정말 많은 에너지를 쓴다는 것이 실감 나는 순간이다. 오늘 점심을 먹은 후, 2시간의 달콤한 잠을 잤다. 낮잠 이후로 에너지가 나기 시작했다. 그저 미음 반 공기일 뿐이지만 다시 일상을 살아갈 에너지의 원천이 되어주는구나. 앞으로 먹는 모든 음식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기로 했다.


저녁 먹기 전, 화장실에 갔는데 이번에는 변에서 담석 같은 게 나왔다. 확실치는 않지만, 그전까지는 변이 물처럼만 나왔다면, 이번에는 뭔가 뚝뚝 떨어진 느낌이 들었다. 피와 변 색깔에 가려져서 뚜렷하지는 않지만 무언가 작은 덩어리가 보였다.


후단식 1일 차 저녁


저녁은 미음 4/5 공기.

내일부터는 된장국물도 먹어도 된다고 해서 한 냄비 끓여두었다. 간이 하나도 안 된 미음이 내 입엔 그리 맛있는 것 같지 않다. 그래도 먹기 전에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단톡방에서 다른 사람들은 점심을 먹고 나서 조금 시간이 지나니 본단식 때보다 공복감이 더욱 심해졌다고 한다. 나는 오히려 반대로 본단식 때보다 더 버틸 힘이 생긴 것 같다. 저마다의 반응이 이렇게 다른 것도 참 신기하다.


내일은 물김치 국물과 된장국물도 먹을 수 있는 날.

얼른 두부도, 빨간 김치도, 면도, 부침개도, 시금치나물도, 피자도 먹고 싶다!!




이전 06화 단식 여섯째 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