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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주혜 Mar 11. 2022

각자의 계절에서 피워낼 삶의 꽃

모두의 아름다운 계절

나무가 되어 빈 가지에서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상상을 해본다. 봄바람이 불어 마음이 몽글몽글해져서 그렇다. 봄은 언제나 설레다.


사람이 열매와 비슷하지 않나...한 나무에서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다시 잎을 떨구고 빈 나뭇가지로 돌아가는 이 과정이 인생과 비슷하지 않은가 생각한다.


나를 나무의 생에 비유해보면 나는 어디쯤에 와있을까 생각해본다. 단순히 나무의 사이클에 빗대어 인생을 견주어보는 것이 아니라 성숙함과 완숙도에 빗대어 바라보면 나는 아직 잎은 틔운 나무의 새싹과도 같지 않나 싶다.


봄이 성큼 다가온 요즘 날에 내가 나를 새싹이라고 부르니 급 파릇파릇 해지는 기분이 든다. 실제로 새싹이라고 하기에는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나의 인생에서 아직 꽃을 피워보지도 못한 것 같고, 그 꽃이 지나간 자리에 열리는 열매 또한 맺어보지 못한 것 같다.


세상에 다양한 나무가 있듯이, 인간에게도 나무의 종류가 있어서 제 각각의 나무에서 싹을 틔울 수 있었다면 나는 어떤 나무의 어린잎일까 상상해본다. 그리고 어떤 꽃을 피워낼지, 어떤 열매를 맺게 될지, 그리고 그 열매의 맛은 어떨지도 궁금해진다.


겨울에는 가지만 남아 있어서 그 가지 위로 어떤 잎이 돋아나고 어떤 꽃이 피어날지 모르다가, 때가 되어 드러나는 꽃잎과 마주하며 내어보는 감탄과 황홀의 순간이 내게는 어떠할까 상상한다. 이런 상상을 하는 거 보니 봄이 오긴 왔나 보다. 가슴속이 살랑살랑하다.






카페에 앉아 다독다독 키보드를 두들기며 앉아 있는 창가로 아직은 겨울의 모습을 하고 있는 가지만 있는 나무 한 그루가 보인다. 그저 빈 가지로만 서 있는 이 나무 안에서는 봄의 싹을 틔울 준비를 한창 하고 있겠지? 생각하며 역시나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도달한다.


그러면서 나무는 얼마나 대단한가, 얼마나 고요한가 싶어 진다. 추운 겨울도 묵묵히 살아내고, 잎을 틔우기 위해 분주히 맥을 올리고 있을 지금에도 어떠한 소리도 없이 묵묵히 제 할 일을 해내고 있었다.


나 좀 봐달라고, 내가 얼마나 멋지냐고 인정해달라 외치지도 않고 너는 너대로의 잎을 틔우고 나는 나대로의 잎을 틔우는 일에 제각각 열심히인 나무를 보며 인정 욕구에 목마른 나를 돌아본다. 내가 이만큼 해냈으니 나 좀 봐달라고, 잘했다고 칭찬해달라고 하는 나와는 달리 한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을 틔워내는 나무가 나를 겸연쩍게 만든다.


그러면서 내가 매일 보내는 일상의 가치에 대해서 돌아본다. 나는 무엇을 피워내려 하는가, 나는 나의 어떤 모습을 드러내고자 하는가 묻는 시간을 가져본다. 나 역시 삶에서 나라는 인간이 맺을 수 있는 열매를 기대한다. 그리고 그 열매가 잘 쓰이기를 소망한다. 스스로를 아직 어린잎이라고 부르는 지금의 인생 지점에서 나는 '나'라는 나무에 어떤 생명을 불어넣고 있을까?






왜 아직 꽃을 피워내지 못하냐고, 왜 아직 열매를 맺지 못했느냐고 조바심이 발동할 때면 나무를 바라봐야겠다. 나무가 가진 묵묵함을, 한자리에서 굳건히 제 삶을 스스로 살아가는 강인함을, 비와 바람에도 살아내는 생명의 힘을, 나무가 가진 푸르름과 수려함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고요한 나무를 바라보며 닮아가려 노력해야지.


왜 바람이 부냐고, 왜 이리도 춥고, 왜 이리도 덥냐고 불평불만도 없는 나무는 지금 이 대로를 받아들이는 삶의 본보기와도 같이 느껴진다. 나무가 말해주는 것 같다.


'이게 삶이야. 바람이 불어도 추워도 태풍이 와도 나는 언제나 여기서 뿌리내리고 살아있지. 그저 그런 것들은 지나간단다. 그런 것들을 겪어내고 나면 조금 더 단단히 깊이 삶에 뿌리내린 지금의 내가 있게 되는 거지. 다 지나가고, 늘 그렇듯 잎이 돋아나고 꽃도 피어나지. 매 순간 내가 되어 드러내는 모습을 받아들일 뿐이야. 추함과 아름다움은 없어. 더 좋은 나무와 덜 좋은 나무란 건 없어. 그저 그대로의 나를 드러낼 뿐이야. 이게 나의 삶이야.'



아직 꽃을 피워내지 못했다고, 아직 나는 열매를 맺지 못했다고 그렇게 나를 들들 볶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무마다 무르익는 계절과 때가 있는 것처럼, '나'라는 나무도 내게 꽃을 피워낼 계절이 있을 것이기에. 내가 살아있는 생명을 지니고 있는 이상, 나무처럼 부단히 내 삶을 살아낼 테니까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너무 느리다고 재촉하지 말아야겠다.


자고로, 무르익었을 때 가장 달콤하고 가치 있는 법이니까!


모두에게는 각자의 계절이 있다.

그 각자의 계절은 모두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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