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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주혜 Mar 08. 2022

내가 너무 미운 날, 나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

모두의 최선

그 누구도 아닌 내가 너무 미운 날이 있다.


다른 누군가가 미운 게 아니라 원망할 수도 없고 비난의 화살을 던질 수도 없어서, 그 원망과 화살을 스스로 마음에 욱여넣어야 하는 고통까지 감당해내야 하는 그런 거친 날의 내가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 결정을 내가 내릴 수 있었던 거였냐고, 바보가 아니고서야 그 자리에서 그렇게 멍청하게 서있을 수 있었던 거냐고, 그때 내가 그 선택만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이렇게 비참하지는 않을 텐데... 이 모든 게 다 내 탓이야!라고 스스로 악다구니에 받쳐서 퍼부어대던 날에 나는 내가 너무나 미우면서도, 위로가 필요하다는 걸 알았지만 그 위로를 어디서 구할지 몰라서 나를 위로도 받을 가치가 없는 인간으로 내몰아버렸다.


외롭고 공허했다.


그날의 나는 어디에 마음을 두었어야 했을까.

그날의 나는 이 세상에서 어디에 기대어 얕은 숨을 토해낼 수 있었을까.

그때의 내가 왜 그리도 지독히 외로웠던지,

왜 그리 날이 서있었던 건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상처받고 싶지 않았다.

나 자신을 포함하여 타인으로부터.






시간이 흐르고, 그때의 나를 다시 들춰보니 내가 몰랐던 사실 한 가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 모두는 언제나 자기 자신에게 최선의 선택을 하고 있다는 것'



나를 미치도록 밉게 만든 그 시절의 내가 한 선택도 그 당시의 나에게 최선이었다. 구태여 나를 스스로 슬픔 속으로 집어넣을 필요가 없었다. 나는 내가 생각한 행복을 위해 언제나, 언제나 최선을 다해 내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을 내리고 있었다.


다만, 미숙했을지 모른다. 그때의 나는 어렸고 경험이 부족했으므로.


그리고 그때는 알지 못했다.


그 순간 최악으로 보이던 순간들이 나에게 삶의 기회를 던져주었던 경험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걸. 내게 잊히지 않을 것 같이 행복했던 기억도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을 만큼 내게 아픔을 가져다주는 슬픔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걸.


그러니 그때의 그 무엇이 지금의 무엇이 될지 어찌 알 수 있겠냐는 이 말을 통해 그 어떤 것도 그저 슬픔으로만, 기쁨으로만 남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슬픔이어야 한다고, 기쁨이어야 한다고 부여잡고 있지 않는 이상 영원한 슬픔도 영원한 기쁨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때의 나에게 말해주었으면 참 좋았을걸 싶다.


나를 아프게 한 나도, 나를 아프게 한 타인도 모두 그들의 최선이었다고. 그러니 누구를 비난할 필요가 없다고. 나 자신을 포함하여... 아무리 납득할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하여도, 그때 내가 그 선택을 한 것은 나의 최선이었음을, 그러니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한 나에게 그리 모질게 굴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렇게 말해주고 싶다.


조금 떨어져서 바라보면 이해할 수 있게 될 거라고, 그리고 표면으로 보이는 삶의 상황이 사실은 그렇게 나쁘지 않을 수도 있다고 그렇게 그때의 나를 다독여주고 싶다.






삶은 시시각각 계속 변한다. 우리가 겪는 경험 또한 그때의 우리에 따라 다르게 경험한다. 그러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슬픔도, 부여잡고 놓고 싶지 않은 그런 기쁨도 그 모습을 달리할 것을 받아들이면 그렇게 스스로를 미워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를 스스로 상처 냈던 그날들의 나에게 사과하고 싶다.


그때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그러니 자책하지 말고 미워하지 말라고.

우리 모두는 언제나 각자의 최선을 다하며 살아간다고, 그러니 다른 이도 미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내가 느끼는 슬픔이 있다면, 그 슬픔을 실컷 느끼고 놓아주기를...

그러고 나면 그 슬픔이 내미는 다른 얼굴을 마주할 수도 있다는 걸 이해해주기를...

슬픔 뒤엔 기쁨이, 기쁨 뒤엔 슬픔이... 파도처럼 그렇게 오고 가는 감정의 순환을 겪으며 살아가는 거라고.


감정은 지나가고 그 감정이 내가 아니라는 걸 알기를...

그러니 그 어떤 것도 부여잡고 그것이 나라고 생각하며 삶을 대하지 않기를...


이제 더 이상 나 스스로 나를 미워하지 않기를 나에게 부탁한다.

매 순간 나는 언제나 나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으므로, 그러니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괜찮아 :) 잘 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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