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큰 사고 이후 우리 사회 전체가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였던 적이 있었어.(그 사고는 너무 슬퍼서 여기선 언급하지 않을게.) 그래서 공공기관을 포함해 여러 곳에서 긴급하게 소방 안전 점검을 요청했었지. 구치소도 그중 하나였고, 그렇게 내가 그곳을 점검하러 가게 됐어. 평소와는 확실히 다른 점검이었어.
구치소 앞에서 소방안전관리를 담당하시는 교도관님을 만나서 사무실로 안내받았고, 그 자리에서 구치소 각 시설의 소방점검 범위에 대한 협의를 나눴어. 그때 교도관님이 신신당부하신 말씀이 있었는데,
수용동에 들어가면 절대 미결수들과 대화하지 말고 눈도 마주치지 말라
는 거였어.
구치소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선 이중, 삼중으로 잠금장치를 하나하나 풀어야 했고, 핸드폰도 반납한 후에야 들어갈 수 있었어. 모든 절차가 철저했고,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나도 그 구치소의 일부가 된 듯한 묘한 감각이 들었어.
참고로 구치소 안에 있는 수용자들은 아직 재판이 끝나지 않은 미결수 상태의 사람들이야.
그들이 있는 수용동에 들어서자마자 철창 너머로 수많은 시선이 나와 후배들에게 집중됐어. 그들의 눈빛은 차갑고도 묘했어.(좀 무섭기도 했어.) 그 시선들이 나를 바라보는 순간, 마치 내 에너지가 빠져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 그들은 나를 통해 바깥세상을 엿보는 것 같았어.
구치소의 구조는 조금 독특했어. 구치소는 ㅁ자 형태로 되어 있어서, 외벽과 연한 복도가 있고 그 안쪽에 수형자들이 있는 공간이 있었거든. 밖에서 보이는 창문들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처럼 수형자들이 밖을 내다볼 수 있는 창문이 아니었어. 수형자들은 건물 안쪽, 즉 ㅁ자 형태의 가운데 공간을 바라볼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수형자들이 볼 수 있는 건 건물의 안쪽뿐이지, 외부는 전혀 보이지 않는 거야.
구치소의 이 폐쇄적인 구조는 그들에게 더 큰 고립감을 주고 있는 듯했어.
수용실은 좁은 독방도 있었고, 생각보다 넓은 방도 있었어. 수용 인원에 따라 방 배치를 하는 듯 보였지.
그리고 철창만 있고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방이 있었는데, 그곳은 수용자들이 운동하는 방이라고 하더라. 넓다고는 했지만, 스무 걸음이면 끝에 도착하고, 방향을 바꿔 열 걸음쯤 걷다가 다시 스무 걸음을 걷는 정도였어. 몇몇 수용자들이 그 방을 뱅글뱅글 돌고 있었어.(웃옷을 벗고 있는데, 문신이.... 아휴~)
복도에는 수용자들의 택배가 쌓여 있었는데, 주로 생활필수품이나 서적 같은 것들이더라고. 근데 그 양이 생각보다 많아서 좀 놀랐어. 그런데 이 택배가 소방법 위반이라며 민원을 넣는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 복도에 물건을 쌓아두는 건 법적으로 위반이 맞거든. 그래서 민원을 어떻게 처리하냐고 물어보니, 절차대로 진행하긴 하지만 보통은 가만히 있으면 수용자들이 알아서 해결(?)한다고 교도관님이 웃으시더라고. 그 말에 영화 속 장면이 떠올랐어.(퍽 퍽 퍽!!!)
그날 우리는 화재 감지기, 스프링클러 시스템, 피난 설비 등을 철저히 점검했어. 실수 하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곳이라 더 신중하게 확인했지.
하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그곳에서 일하는 교도관들의 표정과 점검에 임하는 태도였어. 그들은 화재나 비상 상황에서 수용자들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과 동시에 보안과 통제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두 가지 큰 고민을 항상 가지고 있는 듯 보였어. 그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할지에 대한 고심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더라고.
우리 소방관들이 비상 상황에서 사람들을 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구치소처럼 특수한 환경에서는 그 과정이 훨씬 더 복잡하더라고. 만약 그 과정에서 누군가가 도망치거나 다른 사고가 생긴다면?,,, 그런 상황을 감당해야 하는 교정공무원들의 부담감이 고스란히 전해졌어. 그들에게는 매일같이 이런 고민이 따라다닐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 비상 상황이 닥치면 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책임감과 긴장감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 있는 걸 보면서, 나도 모르게 그 무게를 함께 느끼게 됐어.
그리고 그곳이 주는 기묘한 느낌도 잊을 수 없어. 수용자들의 무표정한 얼굴을 보면서 묘한 공기가 느껴졌고, 그 속에서 내가 그 공간에 잡아먹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 그곳의 시간은 외부와 다르게 흐르는 것 같았고, 그 안에 갇힌 사람들을 보며 이상한 기운이 나를 계속 휘감더라.
그날 교도관님이 해주신 말씀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그분이 여러 에피소드를 들려주면서, 구치소에는 단순 절도범부터 강력범죄자, 권력 있는 정치사범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수용되어 있지만, 그곳에 들어오는 순간 모두가 같은 신분이 된다고 하셨지.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절대 죄짓지 말라"
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 말이 점검을 끝내고도, 아니 그 이후로도 한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더라고. 그날의 분위기와 맞물려 더 깊게 다가왔던 것 같아.
함께 갔던 후배 한 명이 그날 이후 며칠 동안 아프더라고.
그러면서 하는 말이 자기가 아무래도 "구치소에서 기가 빨려서 그런 것 같다"라고 농담하는데, 듣고 나니까 왠지 그 말이 거짓말 같지 않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