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2 | 260224 | 비가 오길, 바람이 멈추길
23일 건조한 날씨 속에 바람까지 강하게 불면서 전국 곳곳에서 산불과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산림청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지난 21일 경남 함양군 마천면에서 발생한 산불은 사흘째 이어지며 이날 낮 기준 69% 수준의 진화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산림 당국은 일출과 동시에 진화 헬기 52대를 순차적으로 투입해 공중 진화에 집중했으며, 지상에서는 진화 차량 119대와 인력 820명이 화선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산불 영향 구역은 232㏊이며, 전체 길이 8㎞ 중 5.5㎞ 구간의 진화가 완료됐습니다. 현재까지 비닐하우스 1동이 전소되고 주민 164명이 대피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번 산불은 영향 구역이 100㏊를 넘어서는 등 올해 첫 대형산불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전날 발령된 '산불 확산 대응 2단계'(산림청)와 '국가소방동원령'(소방청)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함양 산불은 한때 순간풍속 초속 8.5m의 강풍을 타고 번지며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날 오전 1시 59분께 충북 단양군 대강면 장림리 군유림에서도 산불이 났습니다. 이 불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마을 주민 390여 명 중 50여 명이 경로당으로 대피했습니다. 산불은 약 9시간 만에 진압됐으며, 소실 면적은 단양군 추산 3.88㏊입니다.
출처: 연합뉴스 전국종합「건조·강풍 속 전국 산불 잇따라… 함양 산불 사흘째 진화」(2026.02.23.)
산불 현장에 도착하면, 불보다 먼저 마주하는 게 있습니다.
“왜 또…”라는 말이 입안에서 맴도는 그 허탈함입니다.
누군가는 “작은 불이겠지” 했을 겁니다.
논두렁을 태우다, 쓰레기를 태우다, 담배 하나를 버리다, 캠핑을 정리하다.
그 ‘잠깐’이 산을 태우기 시작하면, 그다음은 대원들의 시간이 됩니다.
언론은 진화율을 말합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숫자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바람이 한 번 바뀌면 불씨가 날아가고,
불은 산의 굴곡을 타며 새로 살아납니다.
우리가 만든 방화선이 순식간에 무력해지는 순간을, 현장은 너무 자주 보여줍니다.
특히 밤이 되면 산불은 성격이 바뀝니다.
헬기가 뜰 수 없는 시간.
대원들은 20kg이 넘는 장비를 메고 산으로 들어갑니다.
길이 없어서 길을 만들고, 물이 닿지 않아서 호스를 끌어올리고,
숨이 차도 멈추지 못합니다.
불은 기다려주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이럴 때면, 참 아이러니해집니다.
우리는 소방차와 첨단 장비를 갖고 있으면서도,
그만큼 산불은 장비만으로 끝낼 수 없는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산불은 ‘끄는 싸움’이 아니라
버티는 싸움에 가깝습니다.
바람을, 지형을, 밤을, 그리고 무엇보다
“막을 수 있었던 불”이라는 사실을 견디는 싸움입니다.
논·밭두렁, 쓰레기 소각은 “조금만”이 통하지 않습니다.
- 바람 방향이 바뀌는 순간 통제 불능이 됩니다.
운전 중 담배꽁초 투척은 산불의 단골 원인입니다.
- 도로 옆 마른풀은 생각보다 쉽게 붙고, 불은 그 자리에 남아 커집니다.
캠핑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불 피울 때’가 아니라 ‘정리할 때’입니다.
- 불을 껐다고 믿는 재 속 불씨가 몇 시간 뒤 살아나기도 합니다.
- 물을 붓는 것만으로 끝내지 말고, 재를 완전히 흩어 식히고 손으로 열이 남는지 확인하는 게 핵심입니다.
성묘·등산 시 화기 소지/흡연은 하지 않는 게 원칙입니다.
- 작은 불씨 하나가 산 전체의 연료를 깨웁니다.
소방 뉘우스는
대한민국 소방 전체의 목소리가 아닙니다.
그저 현직 소방관 개인이,
누구의 지시도 없이
좋아서, 그리고 조금이라도 더 알리고 싶어서
기록하는 글입니다.
I♡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