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학부형
지난주에 첫째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체육대회가 열렸다. 어차피 인원이 얼마 안 되는지라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가 통합으로 체육대회를 연다. 예전에는 이 행사가 상당히 큰 마을 축제 성격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조촐한 시골 초등학교 체육 대회일뿐이다.
( 참고로 무릉 초교 병설 유치원의 인원은 작년보다 2배 이상이 늘어서 15명. 초등학교는 73명. 중학교는 35명이 재학 중이다. )
요새는 다 이러는 건지.. 외부 이벤트 업체가 운동회 행사를 진행했다. 나 어릴 땐 체육대회 준비한다고 한 달간 무슨 공연 연습도 하고 별의별 걸 다했는데, 요새 애들은 그런 건 안 해서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비나 체육대회 프로그램 같은 걸 모두 그 업체에서 준비해왔다.
유치원생들이 하는 건 이런 자동차 경주(?)와 이어달리기.
언젠가 아이가 크면 나도 학부형이 되어 체육대회에 참가할 거라는 생각은 막연하게 했지만, 정말 이렇게 참석을 하니 왠지 감회가 새로웠다. 벌써 세월이 그렇게 흘렀구나 싶고...
한 가지 놀랐던 건.. 아빠는 운동에 재능이 1g 도 없었는데, 첫째는....... 무지하게 빨랐다. 며칠 전부터 체육대회 연습한다며 갑자기 운동화를 챙겨 신고 나가길래 그냥 귀엽다고 생각했었는데, 자기가 정말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장비를 챙겼던 것 같다 --; 첫째의 폭풍 질주를 동영상으로 찍어놨어야 했는데.. 음... 아쉽다.
시골 잔치가 으례히 그렇듯이 이 체육 대회도 식사가 제공되었다. ㅎㅎㅎㅎ
메뉴는 그냥 국수에 수육. 그런데 원산지 표시를 보니.. 무농약 쌀에, 제주산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딸아이가 집에서보다 더 좋은 재료로 만든 걸 먹고 다니는구나 싶었다.
퇴사하고 백수가 된 지 1년이 넘어가니.. 집밥으로 3끼를 다 해결하는 삼식이가 된지도 1년이 넘었다. 마눌님이 워낙 요리를 잘해서.. 물리거나 그러진 않는데, 요즘 들어 밖에서 먹는 밥이 조금은 그리워 지기도 한다. 밖에서 밥 먹으려고 일자리를 다시 구해봐야 하나.. 흠.... 기승전 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