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니아 Aug 20. 2022

새로운 진로

<취업이 안 돼서> 9편

지금까지 준비하던 걸 접고, 새로운 걸 준비하기로 했다. 도전하는 데 오랜시간이 걸렸다.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참 힘들었다. 다행히 새로운 루틴을 만드니 몰입이 잘 되었다. 바쁘게 지내니 시간이 빨리 지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완벽하게 괜찮은 삶을 사는 건 아니다. 이따금 불안하고, 한 번 울면 눈물을 잘 멈추지 못한다.


지금 가장 무서운 건 ‘또다시 모든 걸 체념하고 포기하게 되는 상황’이다. 체념이라는 건 생각보다 무서웠다. 전에 없던 생각을 하게 했고, 상상해본 적 없는 그림도 떠오르게 했다. 물론 그것이 나를 오랫동안 해치지는 못했으나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들이 떠오를 때마다 스스로에게 깜짝 놀라곤 했다. 다시는 그 감정을 맞닥뜨리고 싶지 않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지금 내가 활기차고 열정적일수록 반대쪽에서는 불안감이 마음속에 떠오른다.


어느날 갑자기 울린 휴대폰의 발신인을 보는 순간, 나는 아직 자유롭지 않다는 걸 또 알았다. 대학 때 내게 진로 상담을 해주고 나에게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의 전화였다. 잘 지낸다고, 나중에 한 번 찾아뵙겠다는 의례적인 인사를 하고 침대에 누웠는데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너무 울어서 숨이 잘 안 쉬어졌다. 몸을 일으켜 세워 마음을 진정하려고 노력했다. 물을 한 잔 마시고, 몇 시간을 뒤척인 후에야 나는 잠이 들 수 있었다. 


당신도 눈물의 이유가 궁금하겠지만, 나도 내가 왜 울었는지 모르겠다. 그저 그의 얼굴을 생각하는 순간 참을 수 없는 괴로움이 밀려왔다. 그가 내게 무엇이 되라고 강요한 것도 아닌데, 내가 꿈을 포기했다고 비난을 할 것도 아닌데, 그냥 그의 존재가 매우 두렵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내가 괜찮은 상태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괜찮다는 게 꼭 100%의 감정은 아닐테니. 조금 힘들어도, 웃을 정도는 되면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거 아닐까. 그래서 그냥 ‘괜찮은 상태’라고 정의하고 싶다. 그래도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는 게 어디야. 나에게는 엄청난 변화다. 

이전 08화 야식의 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