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쥬쥬 Dec 31. 2018

Adieu, 2018

가는 해를 되돌아보며

다이어리 맨 앞장을 펼쳐 새해 계획을 적고, 또 지난해를 뒤돌아 보는 것은 나에게 의례적인 연말연시 행사다. 설령 그 후에는 다이어리를 쓰는 둥 마는 둥 하더라도, 첫 장에는 꼭 올해의 목표를 세우고 버킷리스트를 업데이트해서 손으로 꾹꾹 눌러 적는다. 사실 그 페이지를 연중에 다시 들여다보는 일은 거의 없다. 말 그대로 새해 다짐 정도를 적는 것이지 중간중간 진도 상황을 체크할 만큼 대단한 계획 같은 것은 아닌 셈인데, 그래도 충분히 재미가 있고 의미가 있다. 연말이 되어 앞 페이지를 다시 넘겨보면 정말 내가 쓴 게 맞는지 싶을 정도로 까맣게 잊어버린 것들도 있는가 하면 신기하게 이룬 것들도 꽤나 있어서, 올해를 리뷰하고 내년을 또다시 계획하는 시작점으로 연결될 수가 있는 것이다.


어김없이 어제, 다이어리 앞 장을 열어보니 웃음이 났다. 별 내용은 없었지만 작성 당시 나의 멘탈리티가 온전히 담긴 듯해서이다. 그 전 해까지는 보통 수치화되거나 정량화된 계획을 세웠었다. 예를 들자면 여행 O번 이상 가기(국내는 O번, 해외는 O번)/ 책은 O권 이상 읽기/ 얼마 이상 모으기/ 자격증 따기 등등..... 항상 이렇게 계획만 세워놓고 지키지 못하는 것이 수두룩하다는 것을 드디어 깨달은 것인지, 매번 무언가를 달성해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것에 신물이 난 탓인지, 올 해는 굉장히 단순하고 또 추상적인 계획을 세웠었다(역시나 잊고 있었지만). 




연초에 다이어리 앞 페이지에 적었던 2018년 계획



올해 초 세웠던 목표를 평가해보면,


1. 무엇이든 열정적으로 한다(5/10): 애초에 내가 그런 인간은 못 되는 것인지, 시간을 쪼개어 쓰는 레벨의 열정적인 삶을 살지는 못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내년에는 조금 더 열정적으로 살 수 있을까. 


2. 휴대폰을 멀리한다(4/10): 정말 어렵다. 노력은 했는데, 성과가 그다지 없었던 것 같다. 아마 평생의 숙제일 듯.


3. 책을 읽고, 내용을 정리한다(8/10): 연초에는 책을 거... 의 안 읽었고, 중반을 넘어서면서 갑자기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흥미가 생겼다. 그래서 틈틈이 읽은 책과, 읽을 책, 그리고 간단한 후기나 인상 깊었던 문구 등을 정리해왔는데, 내가 연초에 이런 목표를 세웠다는 것에 놀랐다. 세어보니 10권쯤 읽었고 너무 적은 것 같아 8점.


4. 운동을 습관화한다(7/10): 연초에는 요가랑 홈트레이닝을 깨작? 했었고, 여전히 적지만 작년보다는 많은 횟수의 등산을 갔다. 여름과 가을에는 한 3~4개월 동안 수영장을 거의 매일 같이 다녔다. 하지만 꾸준한 운동과 몸 관리는 여전히 잘하지 못해서 7점. 


5. 글을 쓴다(7/10): 혼자서 일기만 끄적이다가,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차츰 커져갔다. 그런데 그게 올해 초부터 있었던 생각인 줄은 몰랐다. 어쨌든 일기도 간간히 써왔고, 브런치에 글을 본격적으로 쓰게 되었으니 이 것도 신기한 일 중에 하나. 시작은 절반이라고 했으니 후하게 7점.


6. 외국어 공부(4/10): 올해에는 다시 일본어 공부를 좀 해보고 싶었는데, 첫 삽도 떼지 못했다. 영어는 보통.


7. 백업 플랜을 세운다(5/10): 회사를 그만두어도 살 수 있는 플랜을 세우는 것이 목표였는데, 지금은 방향이 조금은 수정이 되어서 평가하기가 어렵다. 백업 플랜 자체가 의미가 없어진 것 같기도 하고.


8. 진짜 인생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10): 사실 어떤 목표보다도 점수를 주기가 어려운 항목이고, 여전히 인생 나의 최대 과제이다. 그래도 올해 동안 많은 생각과 고민을 통해 내가 진짜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 어느 정도 큰 그림은 그려볼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도 부단히 수정되겠지만. 




올해는 그 어떤 해보다 나의 내면이나 장기적인 인생플랜을 채우는 데 신경을 썼던 해인 것 같다. 사실 연말이 되고 나이를 또 한 살 먹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올해는 대체 무엇을 했는지, 한 것도 없이 한 해가 왜 이리도 빨리 갔는지 회의감이 들기도 했었다. 그래도 이렇게 되돌아보니 손에 잡히지 않지만 어떤 것들을 조금은 이루어왔던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덜어진다. 내일은 신년 계획을 세워보아야겠다. 2019년은 더 잘할 수 있겠지.



매거진의 이전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