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하고, 또 위로받기 위해서
가히 '퇴사'의 시대인 것 같다. 모두가 퇴사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퇴사를 꿈꾸고, 그러다 보니 퇴사를 소재로 하는 글들이 그만큼 많이 소비된다. 나도 한 때는 열렬한 소비자였다. 그래서인지 글을 써봐야겠다고 마음먹고는 '퇴사'를 첫 글감으로 삼았다. 퇴사를 결정한다는 것이 나한테는 너무나도 큰 이벤트였기 때문에 글로 남겨두고 싶었고, 나의 경험이 담긴 그 글로 인해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누군가가 위로받기를 바랐다. 나도 그랬으니까.
내가 퇴사하기 전, 브런치에서 몇 번이고 '퇴사'를 검색하고 글을 찾아 읽었던 이유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로부터 위안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확신이 있어도, 또 한 번의 확답이 듣고 싶었다.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들은 왜 퇴사했는지, 퇴사하고는 무엇을 하는지, 잘 지내는지 궁금했다. 퇴사해도 충분히 괜찮다는 답을 글에서 찾았던 것 같다. 그리고 실제로 나도 글을 발행하고 나니,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나의 글을 읽어주었고 공감해주었다. 그로 인해 나 또한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생산자(?)의 입장에서, 마치 내가 대단한 성과를 이룬 것처럼 나의 퇴사를 포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웠다. 사실 퇴사라는 것이 용기 없고, 주체적으로 살지 못하던 나에게나 대단한 결정이지, 자랑할만한 성과나 정답은 아닌 데 말이다. 게다가 글이 나의 생각을 얼마나 잘 전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분명 글과 말은 나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지만 동시에 나의 생각을 한정지어버리기도 한다. 내 필력이 부족한 탓이겠지만, 분명 내가 쓴 글인데도 단 몇 개의 단어로 인해 나의 의도가 완전히 다르게 읽힘을 경험했다. 때로는 부풀려지고 때로는 쪼그라든다. 그래서 글로 생각을 옮기는 것은 늘 조심스러운데, 조심스럽게 쓴 글은 마치 뜬구름만 잡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직도 왜 퇴사했니? 혹은 이제 뭐하려고 하니?라고 하면 깔끔한 한 문장으로 대답하지 못하는 나를 발견한다. 너무나도 많은 답변이 있어서이기도 하고, 아마 그 생각들이 아직도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아서이기도 할 것이다. 벌써 퇴사에 관한 글을 몇 개나 썼는데도 아직도 잘 모르겠다,라고 대답하는 것은 조금 부끄럽기도 하다. 그래서 내가 퇴사한 진짜 이유와 퇴사 후 달라진 점들에 대해서 조금은 담백하게 써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퇴사를 한 지도 시간이 오래 흘렀고, 나의 감정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때 가졌던 불만도 분노도 많이 사그라들었고, 내가 원했던 만큼까지는 아직 이르지 못했지만 이전에 비해 많은 것을 내려놓는 데에는 성공했다. 그래서 그 당시, 그 직후보다는 조금 더 객관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