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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리아 Dec 08. 2023

육아를 했더니 마음이 자랐다

육아(育兒)와 육아(育我)

나를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다.

십 대의 내가 꿈꾸던 작은 소망이었다.

그럼 아주 잘 살아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나는 아이들과 함께 엄마로 태어났다.

다시 태어나는 일.

모르고 지내던 서로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만나는 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에 너무나 적절한 일이었다.

돌보지 않았다 생각했던 나의 부모님은 사랑으로 가득했고, 나는 아이를 돌보며 그들을 이해했다.

나를 사랑으로 돌본 아이들 덕분이다.

어쩌면 아이와 나는 서로 '돌보지 않음으로 돌보는' 그런 사이일지 모른다.




누군가 내게 물었다.

아이의 발달지연이 스트레스가 되진 않느냐고.

돌아보면, 어떤 경우든 육아는 쉽지 않았다.

쌍둥이 신생아를 수유하느라 잠이 부족했고, 유모차가 무거워 외출이 쉽지 않았다.

어린이집에 보내기 시작하니 예민한 기질이 걱정스러웠다.

그래도 시간은 흐르고 아이들은 매일 저만의 속도로 성장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초등학교 첫 공개수업.

교실에 앉아있는 아이를 보니 코끝이 찡해져서 차오르는 눈물을 삼키느라 혼이 났다.
어떤 날은 학교에서 너무 외롭다는 아이의 쪽지를 보고 마음이 아팠다.

어떤 날은 친구들과 잘 놀았다는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나까지 즐거워졌다.
학교가 지겹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즐겁고, 좋은 경험과 달갑지 않은 경험도 하게 될 거다.

아이들은 그렇게 하루하루 지내면서 저만의 속도로 어른이 되어 가겠지.

이 아이들의 곁을 지키는 것, 엄마인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다.

나의 부모가 그랬듯이.




아이는 여섯 살에 심장 시술을 받았다.

태어날 때부터 있었던 좌심방과 우심방 사이에 작은 구멍을 막는 일이었다.

5년 9개월을 살아낸 아이는 세 번째 중심정맥관을 뚫어야 했다.

아이의 가슴과 배에 자리한 선명한 수술 자국에 이어 하나의 상처가 더해졌다.

주치의는 이 상처들을 자랑스러움이라 불렀다.

병마와 싸워 이겨낸 승리의 흔적.

나는 딸에게 늘 이야기한다.

이 상처들은 네가 용감한 아이라고 말해주는 증거라고.

너는 대단하고 용감하다고.

나는 네가 자랑스럽다고.




나는 힘들었던 임신과 출산 과정을 통해 늘 고마워하는 엄마가 됐다.

다른 친구들에게 없는 커다란 수술 자국을 멋진 보석이라고 부를 줄 알게 된 딸아이.

그런 쌍둥이를 배려하고 챙겨주는 의젓한 아들.

무엇이든 먼저 시작해 보고 망설임 없이 누구에게든 도움을 청하는 용감한 엄마.

아이를 기르는 일(育兒)이 곧 나를 키우는 일(育我)이 되면서 우리는 모두 성장하고 있다.


육아를 했더니 마음이 자랐다.

밝고 예쁘고 건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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