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어요, '명랑한 중년, 웃긴데 왜 찡하지?'
얼마 전 난 모 제작사가 주관한 드라마 공모전에 당선되어 지난주에 시상식에 다녀왔다. 드라마 공모전에 당선되면 당장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줄 알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당선만 되고 제작이 안 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그럼에도 당선이 되면 드라마 피디들과 교류가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기회가 생기는 것은 사실이다. 당선과 동시에 드라마 작가들과 진정한 경쟁이 다시 시작된다. 여기서 살아남을지 그대로 사라질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일단 당선금이 있으니 기쁨은 누려야지. 암만!
이 감격스러운 순간에 가장 큰 문제는 입고 갈 옷이 없다는 거다. 왜 내 옷장에는 쓰레기만 가득한지 모르겠다. 분명 살 때는 옷이었는데, 장롱으로 들어가는 순간 쓰레기가 되는 마법. 하는 수 없이 난 그 제작사 사전 인터뷰 때 입었던 옷을 또 입었다. 마치 쓸만한 옷이 하나뿐인 사람처럼.
최근 난 어떤 다큐멘터리에서 소가 옷을 먹는 것을 봤다. 나라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바닷가 어느 마을, 해안가에 떠밀려온 옷 쓰레기로 산이 생겨났고, 폐허가 된 땅에 풀은 사라지고 소들이 배가 고파 그 쓰레기더미 옷을 먹는 장면은 충격을 넘어 공포였다. 그 이후, 쇼핑을 좋아하는 난 옷 사는 것을 멈췄다. 내가 버린 옷을 소가 먹을 것만 같았다. 제로웨이스트까진 아니더라도 지구 살리는데 나도 뭐라도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사실 그것보다 더 큰 이유는 옷을 입고 어디 갈 데가 없다는 거다. 가끔 강연가는 것을 제외하고 거의 방에 박혀 글을 쓰기 때문에 사실 외출복이 필요하지도 않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난 나름 패셔니스타였다(언감생심 내 맘대로).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를 쓰고 몇 년을 보냈더니 자연스럽게 ‘꾸안꾸’에서 그냥 ‘안꾸’가 되었다. 막상 안꾸가 되고 나니 세상 자유로워 다시 그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다. 뭐 또 바뀔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대사처럼 무려 사랑도 변하는 데 취향쯤이야. 어쩌면 사랑이 변해서 모든 이야기가 탄생한다. 변심, 배신, 불륜…. 모두 한때는 사랑이라 불렸던 이름이다.
사랑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드라마를 쓰는 친구가 있다. 82년생인데 MZ라고 우기는 친구. 그 친구 분석에 따르면 지금은 힐링물이 대세란다. 연쇄살인, 사이코패스 이야기에 지친 사람들이 이제 웃기고 찡한 이야기로 감동받고 싶어 한다는 거다. (닥터 차정숙, 힙하게, 남남 등등)그리고 힐링물이 넘쳐나면 또 자극적인 이야기를 찾게 마련인데, 그다음 스텝이 치정 멜로라며 내게 적극 치정 멜로를 쓰라고 권한다.
귀가 얇은 나는 금세 솔깃! 벌써 머릿속엔 치정 멜로 판이 짜지고 사랑의 작대기가 서로 어긋나게 연결하느라 전두엽이 활성화된다. 사실 내가 써서 뽑힌 드라마는 메디컬 범죄 스릴러다. 장르 특성상 끔찍한 장면이 나온다. 그런 장면을 핍진하게 쓰는 것만으로도 진이 빠지니 나 또한 지금 당장 힐링물이 간절하다. 웃기고 찡한 이야기 말이다.
그래서 자리를 마련했다. 내가 마련한 건 아니고 구미 도서관에서 내가 쓴 ‘명랑한 중년, 웃긴데 왜 찡하지?’ 책으로 강연을 요청했다. 강연 전, 온라인 북클럽 ‘그믐’에서 함께 책에 관해, 사는 이야기에 관해 함께 '웃기고 찡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물론 책을 사지 않으신 분들도 브런치에 반은 실려있으니 명랑한 중년을 보신 분들이라면 두 팔 벌려 환영이다. 아시겠지만 그믐은 무료고 아무 때나 들어가 볼 수 있다. 혹시 책에 관해 궁금했던 내용이나 질문이 있으시면 제가 직접 성의껏 답해드릴 예정입니다^^ (말투가 왜 이래)
공모전 이야기에서 옷 이야기, 또 사랑 이야기. 다시 드라마에서 책으로. 이야기가 의식의 흐름대로 이리저리 왔다 갔다 했다. 부끄럽지만 뭐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하는 게 인생이라 우기며.
https://www.gmeum.com/meet/751
링크가 걸릴지 모르겠지만 요기로 들어오시면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어요. 그럼 그믐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