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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K Dec 04. 2016

화장(火葬)

사랑해, 영원히


마지막 날

재가 되어 날리고

강물이 되어 흐르고

흙이 되어 묻힌다.     


나는 네게

한줄기 바람이고 싶었다.     


언제 어디서든 바람결을 따라

바람길 위에서

네게 가고 싶었다.    

 

나는 네게

남빛 강물이고 싶었다.     


흘러가는 대로 노를 저어

물길 위에서

네게 닿고 싶었다.     


나는 네게

보드라운 흙이고 싶었다.   

  

그 어떤 기억이라도 묻으면

향기로운 추억으로 피어나

네 곁에, 가까이에 남고 싶었다.     


시간이 가도

세월이 억겁년 흘러도

너는 여전히 내 가슴에 살고

나는 너를 내 심장에 고이 담는다.    

      


       

눈쌓인 팔공산 기슭,

외할머니를 떠나보내던 날, 엄마와 이모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내가 떠날 때 나는, 내 분신에게 어떤 위로를 남겨야할까 생각했었다.     


한 때 나와 한 몸이었던 내 분신, 

그녀를 떠나는 날

나는 무슨 말을 남길 수 있을까.   


첫 눈이 내리던 날,

하얀 눈 속, 까르르 넘어가던 그 웃음 소리에 떠오른 건


우리 둘만의 수신호,

톡톡, 왼쪽 심장을 두 번 치면 ‘사랑한다’는 말

내 분신 심장 옆 작은 공간에 내 마음이, 내 영혼이 자리하고 있겠다는 뜻.     


그래서,

한 줌 재가 되어 떠나면서 내가 남기고픈 말은 그저,


심장 톡톡, 다시 한번 톡톡

사랑해 또 사랑해, 영원히..


첫 눈 내리는 날엔 눈이 되어 갈게, 네 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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