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과자와 가락국수

여행길에 머무는 기쁨들

by 소라움

자동차에 앉아서 창 밖의 구름을 바라보거나
휴게소에 들러 호두과자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차에 탄 동행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
그런 순간들이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들이다.


차 안에서의 시간은 생각보다 다정하고 진득하다.

바퀴는 계속 굴러가고 있지만, 차 안은 동시에 멈춰있고

우리는 작은 공간 안에서 여행의 과정을 나눈다.



초등학생 시절, 내 꿈은 전국 휴게소의 ‘가락국수’를 다 먹어보는 것이었다.

휴가나 명절이면 긴 자동차 여행이 예정되어 있었고,

나는 신중하게 노래테이프를 골라 뒷자석에서 동생들과 목청 높여 노래를 부르며 여행의 시작을 알렸다.

"쟤네는 신났네."부모님의 웃음 섞인 목소리가 들리고,

막히는 도로위에서 엄마가 싸온 간식을 나눠먹으며 빙글빙글 돌아가는 옆 차선 자동차 타이어를 바라본다.

정체가 너무 길어질 때면, 차에서 내려 코스모스가 핀 길을 걷기도 했다.

그리고 도착한 휴게소에서는

따뜻한 가락국수 한 그릇과 단무지의 조합을 즐겼다.

아주 작은 휴게소를 가더라도 가락국수가 없는 곳은 없었고, 그게

나는 통통한 면발을 오물거리며 아빠에게 말했다.

"전국을 다니면서 가락국수를 다 먹어보고싶어. 휴게소마다 맛이 다르지 않을까?"

아빠는 웃으며, “다~ 똑같아”라고 핀잔을 줬는데,

가락국수가 대기업 공산품이었다는 이유라는건 조금 더 큰 뒤 알게 되었다.

지금도 가끔은 추억을 떠올리며 국수 한 그릇을 시키고,
면발을 오물거리며 그때의 나를 만나곤 한다.


어른이 된 후 나는 가락국수가 아닌, 호두과자를 찾기 시작했다.

호두과자가 없는 휴게소는 없다는 점은 가락국수와 일맥상통하는 지점이 있어서일까?

게다가 호두과자는 각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잣호두과자'...?


갓 구워낸 호두과자와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모금을 마신다.

달고, 뜨끈하고, 시원하고, 씁쓸한 이 조합이

자동차 여행의 중간 쉼표를 찍어준다.

차에탄 일행들과도 하나씩 나누어 먹다보면 창밖의 풍경들도 지루하지않다.

내 입맛은 달라졌지만

차 안에서 나누는 대화, 어딘가로 향한다는 설레는 마음만큼은 여전하다.


창 밖의 모습은 끊임없이 바뀌고

차 안의 공기는 고요하다.

한 곳을 바라보고 서로의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일 수 있다.

도로위에서만 마주할 수 있는 작은 기쁨이다.


서울로 올라가는 길, 이왕 갈 휴게소라면 호두과자가 맛있는 곳으로 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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