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함에 취약한 사람에게 딱인 레시피.
: 집에서 만든 게 더 맛있는 아이러니.
먹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 나에게 제일 취약한 음식은 딱 두 가지다. 비린 것과 느끼한 것. 가리는 것 없이 다 잘 먹지만 비린 음식과 느끼한 음식은 한 입 먹기도 힘든 경우가 다반사다. 그런 음식들 중에서 최고로 꼽는 것이 바로 '맥 앤 치즈'였다. 맥 앤 치즈를 먹기 전에는 묘한 환상이 있었다. 고소하고 짭조름한 치즈에 내가 좋아하는 마카로니가 잔뜩 들어있으니 분명 맛있을 것이고, 맥주랑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리겠지? 하지만 이게 무슨 일인가. 오리지널 맥 앤 치즈를 한 입 먹고 세상 이렇게 느끼한 음식이 다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옆에 맥주가 있었지만 느끼함을 없애주지는 못했다. 그날은 그렇게 몇 입 먹지 못하고 보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집에서 만들었지만 풍부한 고소함을 갖고 있고, 느끼함은 2-3배 줄어든 내 로망과 비슷한 맥 앤 치즈가 완성됐다. 느끼한 음식을 못 먹는 사람이 만든 맥 앤 치즈. 이제부터 우리 집은 맥 앤 치즈 맛집이다.
재료
마카로니 2인분, 버터 1큰술, 밀가루 1큰술, 우유 200ml, 모차렐라 치즈 2큰술, 체다치즈 2장, 베이컨 1줄
*2인분 기준
1. 마카로니는 삶아서 준비하고, 베이컨은 잘게 썰어 바삭하게 구워준다.
2. 팬에 버터와 밀가루를 넣어 볶다가 우유를 넣어 끓여준다.
예전 글에서도 몇 번 언급했듯이 루(밀가루와 버터를 볶은 소스, 수프 등의 재료로 쓰이는 것)를 만들 때에는 최대한 약불에서 진행하는 것이 좋다. 만약 불이 조금이라도 세다면 크림 색의 루가 아닌 갈색빛이 도는 탄 맛의 루가 되어버린다. 그러면 음식 전체를 망쳐버리니 조금 느리더라도 약불에서 천천히 볶아주자.
3. 우유가 걸쭉해지면 체다치즈와 모차렐라 치즈를 넣어 저어준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취향에 따라 간을 맞춰주면 된다. 만약 사용한 치즈가 짭짤한 편이라면 후추만 넣는 것이 좋고, 느끼한 맛을 줄이고 싶을 때는 넛맥이라는 향신료를 넣어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내 레시피에서는 아무런 간을 하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소금, 후추, 넛맥을 모두 넣는 것이 가장 맛이 좋았다.
4. 치즈가 모두 녹으면 익힌 마카로니를 넣어 가볍게 섞는다.
마카로니는 끓는 물에 충분히 익혀준 상태다. 그러니 이 과정에서는 치즈 소스와 마카로니가 고루 어우러질 정도로만 가볍게 섞고 끝내자. 푹 익은 마카로니가 또 불을 만나게 되면 완전히 퍼져버려 가뜩이나 부드러운 맥 앤 치즈의 식감이 아예 없어질 수가 있다.
Process
: 이게 있으면 맥 앤 치즈는 무한으로 들어가겠네.
이번 달의 요리를 구상하다 맥 앤 치즈라는 요리를 정했을 때 위에 어떤 토핑이 들어가야 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 맥 앤 치즈 자체의 노란 색감이 존재감이 크기 때문에 토핑을 빼는 것 또한 염두에 두었다. 하지만 내가 한 치명적인 실수가 하나 있었다. 바로 하얀 체다치즈를 산 것. 왜 체다치즈는 모두 노란색이라고만 생각했을까. 그렇게 하얀 체다치즈를 사용해서 완성한 맥 앤 치즈에는 토핑이 간절히 필요해 보였다. 그래서 올린 것이 아주 바삭하게 구운 베이컨이다. 내가 작년 즈음에 먹었던 맥 앤 치즈 피자에는 짭짤한 베이컨이 올라가 있었다. 느끼한 것을 잘 못 먹는 나지만 베이컨 덕분에 그래도 수월하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역시나 이번에도 베이컨은 옳았다. 느끼한 것을 싫어한다면 베이컨을 잔뜩 올려 먹는 것을 매우 추천한다.
Eat
내 요리의 레시피와 일상이 '영상'으로 기록되어있는 곳.
'맥 앤 치즈'의 자세한 레시피 또한 여기에.
https://www.youtube.com/channel/UCYyBBZ9rBYjbA-oHENepISA
: '집에서 하는 그냥 요리'
https://brunch.co.kr/magazine/just-cook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