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을 비

by 정은영

어제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오늘 오후에도 내린다

가을비다


가을 잎들이 비에 젖으니

더 진한 색을 발하며

요염하고 이뻐 보인다


그러나 머잖아 빗물에 씻기어

누렇게 탈색된 낙엽인 채로

한 시즌을 끝 초겨울 스산한 거리

시체처럼 쌓여 뒹굴겠지


해마다 만나온 가을이건만

지금 내 앞에 마주한 이 가을이어서

더욱 특별한 너....


노란 잎 뷹은잎 하나씩을

책갈피에 넣고

훗날에 이 가을기억하리라


바람의 작은 몸짓에도

지레 놀라 우수수 잎을 날려 보내는

숱이 엉성해진 네 모습에서

처연한 삶에 아름다움이 느껴지기도


가을이 깊어갈수록..

지금까지의 내가 아닌 다른 이가 되어

생각이 많아지고

슬퍼서가 아닌 진정 아름다움에

눈물 흘리게 되니...


가을은 참 이상한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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