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이가 만 2년 5개월 되었을 무렵이었다. 내가 자주 다니던 단골 옷가게에서 이 옷 저 옷 입어보며 놀던 중 밖에서 손님이 문을 열었고, 그 작은 틈새로 바닥에서 놀고 있던 똘이가 뛰쳐나가버렸다. 똘이는 그 무렵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도저히 내가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로 뛰었다. 나는 놀란 마음에 허겁지겁 똘이를 쫓아갔다. 똘이는 내가 뒤따라오는지 뒤를 흘끔흘끔 살펴보며 즐겁게 장난치듯 앞으로 앞으로 전력질주했다.
나는 뒤쫓으며 애타게 바랐다. “제발, 제발...!” 그러나 나와 노는 줄로만 알았던 생기발랄하고 천방지축인 똘이는 그만.... 8차선 도로로 뛰어들고 말았다. 그곳은 차가 많기로 유명한 곳이었고, 신호등은 파란불이 아니었다. “안 돼 안 돼 안 돼!!” 하고 부르짖으며 나는 미친 사람처럼 차도로 뛰어들었다. 다행히도 차량이 많아 차들은 매우 빨리 달리지는 못하는 상태였다. 너무 작은 강아지가 불쑥 뛰어들었으니 차들도 얼마나 놀랐겠는가. 또 작은 강아지는 잘 안 보였겠지만 뛰어드는 나는 보였겠으니 차들이 순간 천천히 이동했다. 그럼에도 똘이는 차에 치였다. 어떻게 차 사이로 달릴 수 있었겠는가. 똘이가 쓰러졌다. 내 눈 앞에서....죽고 싶었다. 정말 그 길로 나는 죽고 싶었다.
똘이를 재빨리 안고 인도로 나와 신고 있던 높은 굽의 슬리퍼를 벗어던지고 맨발로 뛰었다. 똘이의 배 쪽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아아아아~~!!!” 엉엉 오열하며 근처의 가장 가까운 동물병원으로 뛰어들었다. 걸어서라면 15분은 족히 걸렸을 곳인데 한달음에 달려간 것 같다. 똘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는 확인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 피를 흘리는 똘이를 안고 그저 뛸 뿐이었다. “아....으아악.....아.....!!!!” 소리를 지르며 뛰어들어간 병원에서 의사선생님은 응급상황인 줄 얼른 알아차리시고 똘이를 얼른 받아들고 진료실로 들어가셨다. 나는 그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었다. 똘이가 죽었다는 것을 직면해야 할까봐. 유학을 갈 준비를 하고 있었던 나에게 이것은 전혀 예기치 못한 사고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똘이가 어떻게 죽을 수 있을까. 그것도 내 잘못으로....
강아지들을 미용하던 미용사가, 나에게 "좀 조용히 해달라"고 할 정도로 나는 극심하게 오열했다. 울고 울다가 그나마 용기를 내어 똘이가 검사를 하고 있는 검사실에 들어가 말을 건네보았다. "똘이야....똘이야...." 똘이는 숨을 급하게 몰아쉬고 있었다. 내가 숨죽여 불러보자 똘이는 그 와중에도 꼬리를 흔들어댔다.
그러던 와중에 어떤 이름 모를 여성분이 병원으로 와서 내 신발을 가져다주셨다. 내가 신발을 길바닥에 팽개치고는 울면서 맨발로 뛰어가는 것을 보고 그 길로 신발을 가지고 뒤따라오신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도 감사한 분이다. 멀리서부터 신발을 가지고 줄곧 따라오신 것 아니가.... 뒤이어 옷가게 주인이자 벗이 된 친구가 도착했다. 친구 역시 강아지를 두 마리나 키우고 있었고, 사고가 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논의하기 위해 전화를 했더니 급히 뛰어온 것이다.
의사선생님은 엑스레이를 찍어보았지만, 여기선 해줄 게 없으니 큰 병원에 가보라고 하셨다. 우린 같이 택시를 타고 근처에 있는 대학병원으로 향했다. 똘이는 계속 크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응급절차를 밟았다. 똘이를 입원시키고 의사선생님은 내게 사고 경위를 자세히 물어보시고 서류도 작성케 하셨다. 사람이 사고 났을 때와 거의 똑같은 절차를 밟는 것 같았다.
“지금은 똘이가 패닉 상태이니 당장 수술에 들어갈 수 없고 일단 오늘밤 지켜보죠.”
똘이는 스테인리스 케이지 안으로 들어갔고, 튜브를 찬 상태로 수직으로 앉아 있도록 조치가 취해졌다. 내가 살짝 똘이 쪽을 들여다보자 똘이는 자기를 데려가달라는 듯 꼬리를 흔들며 짖어댔다. 똘이가 더 흥분을 하면 안 되었기 때문에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면서도, 집에 와서도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그때 엄마 방에선 TV가 켜져있었고, <무릎팍도사>가 틀어져 있었다. 애써 다른 곳에 주의를 기울이기 위해 그 옆에 있었지만 나는 아무것에도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무릎팍도사 편은 게스트로 누가 나오고 있었는지 지금도 명확히 기억하고 있다. 정말 끔찍한 밤이었고, 그래서 이후로 그 게스트를 떠올리면 그때의 괴로운 감정도 함께 떠오르는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됐다. 전화가 오면, 똘이가 죽고 말았다는 전화일까봐 두려웠다.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한 번만 살려주시면.....제발 한 번만 살려주시면....
그렇게 밤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