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이에겐 몇 번의 위기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죽을 수도 있었던 아찔한 순간들이었다. 그때마다 똘이는 불굴의 정신으로 회생했다. 불굴의 정신인 건지, 천진난만한 에너지였던 건지 잘 모르겠지만....
똘이를 데려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절, 뒷산에 엄마와 산책을 하러 갔다가 잠시 풀어놔준 적이 있었다. 지금은 목줄을 하지 않으면 벌금을 물리는 시대이지만 당시 나는 강아지를 키운 지 얼마 되지 않은 뭣 모르는 초보엄마라 목줄을 해야만 다니는 강아지가 너무 불쌍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동산 같은 작은 뒷산에서 잠시 풀어놔주었더니 그 가볍고 발랄하고 작은 강아지는 아주아주 멀리까지 달아나버렸다. 화살처럼 질주해, 빛과 같이 사라졌다. 어떻게 생명체가 저렇게까지 빨리 달릴 수 있는지.....쒱~~하고 귀를 휘날리며 내게서 멀어지는 게 보이는데 순간 아찔했다. 아, 이렇게 강아지를 잃어버리는구나. 왼쪽으로는 급경사는 아니지만 산 아래로 떨어지게 되어 있는 경사면이 있었다. 간절히 기도하며 "똘이야, 똘이야~~~!" 목놓아 불렀더니, 3분쯤 뒤일까, 그야말로 웹툰이나 포스터에 나오는 말티스처럼 귀를 펄럭이며 저 멀리서 내게로 돌아왔다. 그때의 안도감이란.....
내가 풀타임 직장에 다닐 무렵, 엄마가 낮에 이사를 하고 계시는데 똘이를 지켜봐주시던 이모가 잠깐 다른 곳을 보는 사이 똘이가 없어졌다고 했다. 똘이는 아파트 아래로 아래로 내려갔다. 그곳은 계단 밑면에 꽤 큰 틈이 있는 곳이어서 자칫 잘못하면 똘이같이 작은 동물은 떨어져 즉사할 수도 있는 그런 공간이었다. 목줄이 없다면 위험한 계단이었다. 다행히 똘이는 그곳을 유심히 살펴보며 궁금해하지는 않았나보다. 엄마와 이모가 "똘이야~~똘이야~~" 목놓아 부르니 올라왔다고 한다. 그때가 2011년 즈음이니 똘이가 만으로 네 살이 되던 해였다. 그땐 힘이 좋아서 그 높은 계단을 깡총깡총 잘도 뛰어올라왔나보다. 노견이 되어서는 그 계단 하나 내려가지 못했으니 불과 십수 년 사이에 강아지의 체력과 근력은 얼마나 달라지는지!
한번은 똘이가 낮에 누워 있다가 무엇이 불편한지 갑자기 앉아서는 꼼짝을 하지 않고 있었다. 몸속에서 꿀렁꿀렁 하는 소리가 나더니 똘이가 무언가를 토해냈다. 입에서 무언가가 나와서 그 끝을 잡고 빼냈더니 아주 긴긴 무언가가 흙탕물에 뒤범벅된 것처럼 나왔다. 물티슈였다. 그러고는 입에 거품을 무는 것이었다. 너무 놀라서 똘이를 데리고 근처 대형병원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입에 거품을 무는 현상은 사라졌고,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아무 이상이 없었다. 물티슈를 토해낸 것으로 끝이라 생각하고 약을 받아들고선 집으로 돌아왔다.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하고 밤에 잠을 자는데, 새벽녘에 똘이가 다시 깨어서 문 바깥쪽을 향해 앉아서 먼산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왜 또 잠을 자지 못하는가, 무엇이 불편한가 걱정이 되었다. 어디가 아픈지도 모르겠고 하여 간절히 기도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속에서 꿀렁꿀렁 소리가 나더니 무언가를 토해낸다. 이번에도 나는 그것을 붙들고 잡아당겼다. 헐......또 한 번 아주 긴긴 물티슈가 나왔다. 이번에도 장 속에 있던 음식물에 묻은 진흙 색깔의 물티슈였다. 나는 기겁을 하였다. 그 작은 몸에서 물티슈가 두 개나 나오다니. 이것이 장과 항문 사이에 멈추었다면 장폐색이 와서 곧 죽을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그때가 이미 10살이 넘은 때라 전신마취를 하여 수술을 하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그런데 자연적으로 두 번째 물티슈까지 토해낸 것이다. 나는 첫 번째 물티슈를 토해낸 이후 찾아간 병원에서 별 이상이 없다고 말한 수의사에게 몹시 화가 났다. 원래 다니던, 먼 곳에 있는 주치의에게 찾아갔고, 의사선생님은, 인공적으로 토해내게 하는 방법, 그리고 내시경을 하는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더 이상의 물티슈가 없다면 인공적으로 토하게 하는 방법은 노견에겐 너무 힘든 일일 것이고, 내시경 역시 전신마취를 해야 하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했다. 일단 내시경 기계가 있는 대형병원으로 다시 와서 논의를 했다. 이런 응급 상황에서 생과 사를 가르는 중대한 문제를 결정하는 몫이 보호자인 나에게 오롯이 전가되어 있다는 것은 참 고독한 일이었다.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또 다른 물티슈가 남아 있다는 걸 왜 몰랐는지 컴플레인을 했더니 “물티슈를 먹은 강아지는 처음”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리고 엑스레이에서는 물티슈가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결국, 내시경을 할지 조영제를 투여할지의 문제를 논의했다. 내시경은 전신마취의 위험이 있되 물티슈가 또 있다면 즉각 꺼낼 수 있고, 조영제는 마취를 할 필요는 없되 또 다른 물티슈가 있는지 여부만 확인 가능할 뿐이고, 물티슈가 또 있다면 다시 내시경을 해서 꺼내야 하는 것이었다. 망설여졌다. 하지만 일단 조영제로 물티슈 여부를 확인한 후, 있다면 내시경을 선택하는 편이 낫겠다 싶었다. 똘이가 저 작은 체구로 물티슈를 두 개 이상 먹었다고 믿기도 어려웠다. 이미 믿기 어려운 것을 두 번이나 한 셈이지만 말이다. 아무리 식탐이 있어도 어떻게 저 긴 물티슈를 넘길 수 있었을까. 집 근처, 작은 베트남 음식점에 데리고 가 샌드위치를 먹는 동안 내가 모르는 사이 음식물이 묻은 물티슈를 먹어버렸거나, 집에 있는 휴지통에서 찾아내 먹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조영제를 투여했는데 정말 다행스럽게도 더 이상의 물티슈는 발견되지 않았고, 내시경을 할 필요도 없게 되었다. 대신에 똘이에게 췌장염이 찾아왔다. 이때의 췌장염으로 인해 똘이는 만성 췌장염을 앓게 되었다. 이 사건으로 주치의가 있는 병원에 며칠 입원하여 강력한 췌장염 치료를 마친 후 똘이는 건강하게 우리 품으로 돌아왔다. 돌이켜보니 이 또한 아찔한 순간이었고, 그때 무지개다리를 건너지 않고 무사히 건강하게 돌아오게 해주심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먹는 걸 그토록 좋아하여 물티슈까지 삼킬 수 있는 것을 보고, 그때부터 나는 똘이가 무언가를 집어먹지 않도록 더욱더 조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런저런 크고 작은 위기도, 곧 이야기할 사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저 고난의 바다에 들어가기 전, 찰박이는 개울물에서 준비운동 한 셈일 뿐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