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해지자
말로만 들어도 너무 무섭다. 중독
중독은 보통 생체가 음식물이나 약물에 의해 기능장애를 일으키거나 술이나 마약 따위를 지나치게 복용한 결과 그것 없이는 견디지 못하는 상태를 말하지만, 어떤 사상이나 사물에 젖어버려 정상적으로 사물을 판단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하기도 한다.
어떠한 것에도 중독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우리는 어느 부분에서든 한 두 가지씩은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중독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아이들 어른들 할 것 없이 디지털 중독현상을 느끼고 있을 것이고, 버튼 하나면 맛있는 음식이 넘쳐나고, 손가락 한 번 클릭이면 살 수 있는 물건들이 매일 쏟아진다. 그 중독성이 심한 것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으니 우리 중 어느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나치면 모자라는 것보다 못하다는 말처럼 우리가 중독되어 있는 어떤 것들이 있다면 그 중독성이 만성으로 가지 않도록 멈추어 가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가장 심하게 중독되어 있던 것은 커피였다. 20대에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시작된 믹스 커피와의 만남에서 30대 원두커피로 눈을 돌렸고, 이후 하루에도 여러 잔씩 커피를 마시며 오랜 시간 살아왔다. 임신을 하고 모유수유를 하는 2년 동안 커피를 끊었었는데 마치 해방일을 기다리던 사람처럼 모유수유가 끝나자마자 자연스럽게 다시 마시게 되었다. 그 이후엔 본격적으로 마시게 된 것 같다. 커피 향이 좋아서, 너무 피곤해서, 추운 날은 따뜻한 것을 마시고 싶어서, 더운 날은 시원함이 필요해서, 배고파서, 갈증 나서 참 많은 이유를 가져다 대며 커피를 마셨다.
커피 커신, 캡슐커피, 드립 커피, 카누 커피, 베트남 커피 몽땅 집에 가지고 있다. 한 마디로 난 커피홀릭이었다. 커피 그라인더를 사고 원두를 갈아 마시다가 보니 급기야 볶지 않은 원두까지도 지인들이 나에게 가져다줬다. 그만큼 내가 커피를 사랑한다는 것이 드러내 졌던 모양이다.
그런데 그랬던 나도 줄여진다. 그리고 끊어진다. 의식적으로 커피와 멀리하고 물을 보이는 곳곳에 둔다. 우선 따뜻한 물을 많이 마시고, 손에 들고 다니며 물을 열심히 챙겨 먹는다. 2L가 될 때까지 늘려가는 것이 요즘 목표이다.
익숙하고 편안한 것에서 우리는 벗어나기를 즐거워하지 않는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다시 시작하면 여러 가지로 불편하고 에너지가 들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조금만 몸과 마음을 바꾸면 그동안 모르고 지냈던 일들이 생겨난다. 읽지 않던 책을 읽고 새로운 눈을 떴던 것처럼, 가지 않은 길에 가서 새로운 뷰를 만나는 것처럼, 커피를 마시지 않는 일상 덕분에 다양한 차를 마시거나 몸을 생각하는 칡즙 같은 건강음료를 벌컥벌컥 마신다.
해보지 않은 일에 두려움이 생긴다면, 걱정하지 말고 일단 시작해 보기로 한다. 커피를 너무 사랑하는 내가 이전과 다르게 완전히 커피를 끊고 살기에는 너무 쓸쓸하지만 앞으로는 정말 마시고 싶은 날만 마실 수 있도록 일단 끊어본다. 습관처럼 하는 일들에서 의식적으로 나를 새로운 환경에 데리고 온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이 그러한 것은 아닐까? 밀가루를 보름 끊어 본다던지, 커피를 일주일 안 마셔 본다던지, 3일 새벽 기상을 해 본다던지, 한 달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는다던지 하는 일들 말이다. 해보고 나니 좋은 점이 많다. 내가 먹는 음식을 체크하고 하루 나의 움직임을 들여다보며 그동안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된다.
중독이라는 말보다는 홀릭이라는 말로(괜히 어감이 좀 긍정적이게 들리게), 나쁜 일보다는 나에게 좋은 습관으로 독서 홀릭, 공부 홀릭, 산책 홀릭, 명상 홀릭 같은, 나를 위한 일에 붙여가며 새롭게 바꾸어 보고 싶다. 내가 너무 중독되어 버리기 전에 끊어내는 것도 정말 필요한 것이라는 것을 깨달으며 프로젝트도, 새로운 일의 시작도 항상 ‘나’라는 사람을 우선에 두고 나에게 좋은 일, 그러면서도 남에게도 좋은 일을 하는 내가 되고 싶다. 중독 말고 줄리 홀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