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땐 쉬어가도 된다는 말이 불편하다

나 스스로에게

by 줄리썸머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한동일 선생님의 말씀이 맞았다. 인생에 터널은 반드시 끝이 나지만 그 터널을 빠져나온 사람만이 알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 인생에 터널은 하나가 아니라는 것.


올해 많이 아팠고, 계획하던 모든 일들이 수포로 돌아갔다. 그 지옥의 터널을 지나오면서 나는 조금 성장했고, 나를 돌아보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그렇게 힘들었던 시간들을 보내면서 나는 내 자신이 아주 조금 단단해졌다고 믿었다. 그래서 글도 쓰기 시작했고, 인문고전도 공부하고, 그림도 그리고, 프로젝트 리더도 되어보고, 다른 사람의 강의를 주선하는 사람도 되어 보았다. 그렇게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 줄 모르게 쏜살같이 지나가는 시간 속에 나를 맡겼던 것 같다.


그런데, 또 다시 브레이크가 걸렸다. 인생이란 그런 걸까? 정말 그냥 되는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대로 다 잘될 것 같지만 언제나 가속도가 붙으면 어김없이 브레이크가 걸린다. 그래! 그래야 난폭운전자가 없지. 난 인생도 드라이브도 안전운전 주의자니까.


나는 스스로 엄청 강한 척을 하지만 사실 엄청 약한 사람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양면성을 가지고 있겠지만 유독 그렇다. 힘들다는 말을 하고 산적이 없었고, 그렇게 잡혀버린 나의 성격은 지금도 여전히 그대로이다.


힘들 땐 쉬어가도 된다는 말이 위로가 되지 않았다. 그래도 괜찮다는 말이 어쩐지 나와 어울리지 않게 느껴졌다. 나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내가 만들어 놓은 ‘너는 이래야된다.’ 하는 틀에다 나를 쏙 넣어두고 많이도 힘들게 했다.


우리의 기분은 날씨 같은 거라서 맑은 날도 있고 흐린 날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그저 맑은 날이 계속되기만을 바라며 바닥으로 가라앉는 내 마음을 달래주는 것이 아니라 괜찮다고 숨겨가며 꾹꾹 눌러 담아 두었던 것 같다. 그러다 어느 날 펑하고 터질까 봐 아주 조금씩 조금씩 꺼내어 털어버리고 마는 그런 방법의 꼼수를 쓰며 꾸역꾸역 여기까지 왔는지도 모르겠다.


Crying helps me slow down and obsess over the weight of life’s problems.



그래 조금 울자. 슬픔은 삶의 한 챕터가 마무리되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감정 신호라는 사실을 인정하자. 한 껏 울고 나면 또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자동차를 운전하고 가다 보면 꾸준히 100으로 달리는 구간이 가장 힘들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고속도로에서 졸음운전을 한다. 더 빨리 달리지도 않고 더 늦춰지지도 않으면서 늘 같은 속도를 유지하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무언가 꾸준히 한다는 것도 그런 것이 아닐까?



이게 뭐라고 꼭 매일 해야 한다고, 한 번쯤 쉬어갈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지 내가 만들어둔 틀 속에서 난 또 나를 들들 볶았다. 그러다 문득 내가 이 일을 왜 하고 있지? 행복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그리고 또 언제 내가 읽을지 모르는 글에다 이렇게 흔적을 남긴다. 괜찮아. 다시 하면 되지. 멈추면 또다시 시작하면 되는 거야. 그러니까 매일 하던 일에 구멍이 나서 속상할 일도, 계획했던 대로 안된다고 슬퍼할 필요도 없어. 그렇게 실수도 하고 안 하는 날도 있어야 인간미가 있잖아.


자기 합리화도 가끔은 필요하다. 적어도 매일 나를 몰아세우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그리고 오늘은 조금 쉬어가고 싶다. 하루쯤 널브러져 준이와 뒹굴며 영화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고 낮잠도 자고! 그리곤 아마 또 얼른 달려가 저녁 내내 인증 숙제를 하겠지만 말이다.


이런 내가 좋다가 또 싫다. 나의 이런 성취욕구와 가만히 있지 못하는, 무언가 하지 않으면 나태하고 멈춰 있는 것 같다고 느끼는 이 마음을 아이에게 물려주는 것이 옳은가 고민이 된다. 새벽부터 일어나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잠이 안 깬다고 샤워부터 하고 할 일을 모두 끝내 놓는 아이를 보면서 이 길이 옳은 길인가 반문한다.


물론 지금 아이는 자신이 좋아서 하는 거지만, 한 번 사는 인생 바람도 즐기고 계절도 누리며 하루쯤 뒹굴 뒹굴 쉬어가도 좋다는 것을 아이가 느끼며 살길 바란다. 그래서 못해도 괜찮다고 꼭 무언가를 해내야 가치 있다고 느끼지 않기를 이렇게 쉬어가는 것도 인생의 과정이니 맑은 날도 즐기고 흐린 날도 즐기며 자신의 인생을 가꾸어 나가는 진짜 즐기는 사람이 되길 말이다. 그래서 자꾸 여행을 간다. 우리가 매일 사는 오늘의 이 환경 말고 세상엔 우리가 아직 경험하지 못한 무수히 많은 것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준이가 알 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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