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날이 있었다.

나 스스로에게

by 줄리썸머

아침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날이 있었다.


빛이 보이지 않는 삶, 달라도 너무 달라서 이해가 되지 않는 삶, 어떠한 방법을 써도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 같은 것이었다. 슬픔도 기쁨도 다 내 안에서 나오는 것이라 여기고 늘 애쓰며 살았지만 좀처럼 되지 않았다. 하나가 아닌 수많은 일들이 동시에 불어닥칠 때면 늘 좌절이라는 아이를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왜, 무엇을 , 어떻게 하고 싶은 걸까?


글을 쓰다가 문득,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다가도 갑자기 그때의 내 마음이 떠오르는 순간이면 가슴 한 구석이 쿵한다.


떠오르는 해를 보며 다짐했던 날들도 많다. ‘다 잘될 거야’ 하는 위로의 말을 스스로에게 건네기도 하고, 오늘의 시계는 조금 더 천천히 흐르기를 바라며 하루를 신나게 살았던 날도 많다. 그런 기대가 컸던 날이 계속되다 보면 오히려 더 자주 좌절이라는 그 녀석이 찾아와 나를 아래로 아래로 데리고 갔다. 그때마다 나는 수도 없이 많이 생각했다. 아침해를 그 만봤으면 참 좋겠다. 더는 아무런 고통도 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아팠다. 내 삶의 주인인 내가 사라진 후부터 줄곧 나는 많이 아팠었다. 아이를 키우며 우울증이 찾아왔고, 그 모든 일의 원인을 배우자와 가족들에게 돌렸다. 책임감을 내세우며 살아온 시간 동안 꾹 참고 눌러왔던 수많은 일들이 한순간에 터져버린 것이다. 잃어버렸던 내 삶의 주인을 찾아주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순간부터 나는 아주 조금씩 변해갔다.


쏟아내듯 글을 쓰며 지난날의 나를 만났다. 그런데 다시 만난 지난날의 나는 많이 사랑받고 부모님께 지지받으며 건강하게 잘 자랐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려웠던 생활환경, 아버지의 방황, 포기해야 했던 많은 순간들이 해소되지 않은 채 원망으로만 남아있어서 아팠던 것이다.


내가 아닌 엄마로 사는 삶은 매 순간 지난날의 어린 나와 만나는 일이었다. 어려웠을 때도 한결같이 나를 아껴준 엄마의 사랑, 할머니와의 추억, 동생들과의 어린 시절뿐만 아니라 결혼하고 남에서 우리가 되어 수도 없이 다투고 서로 상처 내며 지나온 시간들 속에 남아있는 배우자와 가족들, 우린 그 시간을 통해 사랑을 배워갔다.


미움도 원망도 두려움도 괴로움도 어쩌면 사랑이라는 단어 하나로 다 치유될 수 있는 감정일지도 모른다. 표현 잘 못하고 무뚝뚝하고 무식할 만큼 책임감이 강해서 뒤도 안 돌아보고 열심히만 살아왔던 나에게 아이는 날마다 뒤를 돌아보게 한다. 그래서 어른이 되어가나 보다.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기 위해 난 여전히 내가 살아온 시간을 돌아본다. 대신 후회나 아쉬움보다 그리움과 감사로 그 마음을 가득 채워본다.


눈뜨는 것이 싫었던 지난날이었다. 그런데 가끔 그런 아침을 뜬 눈으로 맞이하는 삶을 살고 있다. 하루가 사라지는 것이 너무 아까워 겨우 잠이 들고 자동으로 눈이 떠진다. 내가 좋아하는 일들로 하루를 채우고, 다른 사람들의 날카로운 말을 내 삶에서 지워나가면서 다른데 온전히 쏟아부었던 마음과 정성을 거두어들여 나 자신에게 쏟아본다. 못하는 일이 많이 생기고, 서운하다는 말을 들어도 괜찮아지기 위해 조금 둔해지는 연습을 한다. 나를 혹사시켜가면서 하는 즐거움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을 이제는 아니까. 이제는 책임감이 우선이 아닌 나 스스로 온전해지는 삶을 살아가기로 했으니까 말이다.


아침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오늘이 또 시작되었다는 인사

내가 무엇을 실수하고 잘못해도 다 괜찮다는 듯이 찾아오는 선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출발선

어제를 지우고 오늘을 다시 그릴 수 있는 용기

그리고, 나를 더 찐하게 사랑하고 싶은 내 마음의 향기!



아침은 요즘 나에게 그렇다. 실수한 나를 잊고 오늘의 나를 기대하며 다신 오지 말았으면 했던 아침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나는 오늘을 또 산다. 그렇게 나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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