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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경은 Oct 05. 2021

엄마가 열심히 따라 부른 노래 '허공'

엄마를 기억나게 하는 노래

엄마!


엄마에 대한 추억을 되짚어보다가 갑자기 이게 생각났어. 예전에 1991년에 '사랑이 뭐길래'라는 드라마가 역대 시청률 50% 이상을 기록했잖아. 엄마 기억나지? 무서웠던 대발이 아버지 역할도 인상적이었고 늘 남편에 기죽어 살던 마누라 역할을 했던 김혜자 배우의 연기는 인상적이었지.

난 늘 김혜자 배우가 엄마랑 비슷하다고 생각했어. 그다지 뛰어나 미모는 아니지만 푸근한 인상을 가지고 있고 양쪽 볼의 광대뼈가 약간 튀어나온 게 엄마를 생각나게 해. 지금도 드라마에서 그 배우가 나오면 엄마를 떠올리곤 하지. 암튼 '사랑이 뭐길래'라는 드라마를 통해서 유명해진 노래가 있었어. 가수 김국환의 '타타타'라는 것이었어. 이 드라마를 통해 '김국환'이라는 무명가수가 갑자기 세간의 화제가 됐지. 그리고 방송가에서는 이 노래를 여기저기서 틀어줬지. 이 노래가 갑자기 뜨게 된 이유는 드라마 속 김혜자 배우가 라디오에서 음악이 흘러나오면 늘 따라 부르곤 했지. 그리고 수시로 이 노래를 흥얼거린 거야. 그다지 열창을 하는 것은 아니고 자그맣고 얕은 숨을 내뱉으며 힘없이 부르는 거야. 왠지 처량한 신세를 한탄하는 것 같기도 힘든 가정생활 속에서 나름 작은 즐거움을 찾은 듯한 중년 주부의 삶이 잔잔하게 그려진 거야. 방바닥에 늘 엎드리고 노래를 부르는 장면도 인상적이었어. 







엄마에게도 이렇게 노래와 관련된 일화가 있어. 엄마 생각나?

내가 대학생 때인 것 같아. 어느 날 엄마가 이렇게 말하는 거야.

엄마:조용필이 부르는 '허공' 노래 좋더라.

나:그래?

엄마:부르고 싶은데 가사를 모르겠네. 종이에다가 적어주라.

나:알겠어.


나는 바로 하얀 백지에 '허공' 가사를 적어 줬잖아. 그때는 컴퓨터도 자유롭게 사용하던 시절이 아니라서 볼펜으로 직접 모든 가사를 적었어. 후렴구까지 반복해서 적기는 귀찮아서 한 번만 적고 옆에다가 후렴이라고 적어준 것 같아. 잘 보이라고 큼지막하게 적었던 것 같아. 그때부터 엄마는 열심히 부르더라. 방에서 늘 종이를 붙잡고 엄마를 노래를 불렀어. 외우려고 했던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엄마는 가사를 하나하나 또박또박 불렀어. 엄마가 노래를 그다지 잘 부르진 않았던 것 같아. 엄마가 고음을 지르듯 부르지도 않았고 작은 소리로 짧은 호흡으로 불렀어. 잘 기억나질 않지만 평소에도 엄마가 집안에서 노래를 열창하면서 자주 부르지 않은 것 같아. 그런 엄마가 갑자기 '허공'이라는 노래에 빠져 있는 모습을 보니 우스웠어. 실은 너무 귀여웠어. 엄마가 뭔가 몰입한 모습이 좋았어. 가사를 적어준 종이는 하도 많이 만지작거려서 접힌 부분이 너덜거렸어. 다시 새 종이에 적어준 건지 아니면 그래도 원래 종이만 가지고 다녔는지는 잘 모르겠네. 지금 같은 때라면 또다시 프린트하거나 복사하는 게 어려운 게 아니라서 다시 해줬겠지.


엄마가 노래 부르는 모습은 '사랑이 뭐길래' 드라마 속 김혜자 배우와 완전히 똑같았지. 자연스러운 우리들 엄마 모습이지. 지금처럼 음악을 들을만한 도구들이 다양하지 않았던 시절이라서 아마 라디오나 카세트테이프에 의존해서 들었을 거야. 


만약에 엄마가 내 옆에 있다면 최신 스마트폰을 사줬을 거야. 그리고 유튜브에서 실컷 음악을 들으라고 해줬겠지. 당연히 가사집도 여러 장 복사해서 줬겠지. 엄마가 노래 부르던 모습을 동영상이나 사진에 담아놓고 계속 볼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얼마 전에 TV에서 트로트 가수들이 오디션 방송에 나와서 대회를 가졌어. 수상을 했던 트로트 가수들은 엄청나게 인기를 끌었지. 난 그 멤버들을 보면서 엄마라면 '누구를 가장 좋아했을까' 궁금하더라. 엄마도 ARS 전화벨을 누르면서 좋아하는 가수를 응원했을까 상상해보기도 했어. 콘서트장에도 모시고 가보는 것도 혼자 상상했어.


지금도 '조용필'이나 '허공'이라는 단어를 보거나 들으면 바로 엄마가 떠올라. 나에겐 추억의 음악이야. 예나 지금이나 즐겨 듣지 않지만 나에게는 깊은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허공' 노래 가사를 자세히 보았어. 엄마도 이제는 나에게서 저 멀리 멀어진 존재가 되었네.


유튜브에서 '허공'을 들으면서 엄마를 다시 떠올려보는 저녁이야.


 


제목:허공

노래:조용필, 작사:정송, 작곡:정풍송

                                                                             

꿈이었다고 생각하기엔
 너무나도 아쉬움 남아
 가슴 태우며 기다리기엔
 너무나도 멀어진 그대 
 사랑했던 마음도 미워했던 마음도
 허공 속에 묻어야만 될 슬픈 옛이야기
 스쳐버린 그날들 잊어야 할 그날들
 허공 속에 묻힐 그날들
 잊는다고 생각하기엔
 너무나도 미련이 남아
 돌아선 마음 달래보기엔
 너무나도 멀어진 그대
 설레던 마음도 기다리던 마음도
 허공 속에 묻어야만 될 슬픈 옛이야기
 스처버린 그 약속 잊어야 할 그 약속
 허공 속에 묻힐 그 약속 

https://youtu.be/M45 chOHpn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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