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전하는 자연주의 인테리어 이야기
자연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공간을 창조하는 일, 그것이 건축이겠지요. 추위, 더위, 어둡고 위험한 밤, 비바람과 눈과 비 등... 그것들로부터 안전하고 편안하게 지내기 위해 바닥을 만들고, 벽을 만들고, 지붕을 닾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보호를 받기 위해 실내 공간을 창조했다 하더래도, 자연의 요소들 - 빛, 바람, 나무 - 등을 배제하고 싶어 성을 쌓고 갇혀 지내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집을 짓고, 건물을 짓고, 실내 공간에서 생활하는 이유는, 자연으로부터 보호되어 실내에서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생활하기 위함은 분명하지만, 그 실내 역시- 자연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고 저는 믿습니다. 우리는 실내에서 생활하지만, 외부에 있는 것처럼 자연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 입니다.
자연주의 인테리어는, 자연의 좋은 것들을 내부로 가장 적절하고 올바르게 옮겨오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햇살 (자연광과 따뜻함) 을 들이고, 숲 (뷰와 나무) 를 실내로 들여와- 안전하고 안락한 내부에 있으면서도 아름답고 건강한 외부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자연적인 요소를 실내에 잘 구현하여, 최적화하고, 사용자가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자연주의 인테리어일 것입니다.
집을 구할 때 우리는 흔히 집값과 (오를것인가? 투자 가치가 있는가?) 교통의 편리성을 많이 따지지만 뷰는 상대적으로 경제성과는 별로 관련이 없다 보니 뒷전인 경우가 있습니다. 아름다운 초록이 보이고 4계절을 다 느낄 수 있는 저층뷰나, 마음이 탁 트이는 하늘과 산등성이가 보이는 '자연뷰' 에 대한 가치를 높게 사는 사람은, 저 말고는 그렇게 많지 않아 보입니다. 미국 친환경 건축 인증 기관 USBGC 에서 정의 하는 가장 좋은 뷰는, 자연의 요소가 3가지 이상 보이고 (예: 하늘, 나무, 땅), 한 공간에서 2 방향의 창문이 나 있으며 (단독주택의 경우 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움직이는 것 (예 새나 동물들나 사람들) 이 보여야 한다고 정의 합니다. 이런 기본 적인 것이, 내부로 들이는 일입니다. 갑갑한 콘크리트 덩어리인 박스같은 공간에, 외부로 통하는 유일한 공간인 거실 베란다 앞에, 또 다른 콘크리트 덩어리인 앞동이나 상업시설들이 떡하니 서 있다면- 풍경, 일조량, 바람, 등의 자연적인 요소면에서 많은 것을 잃을 것이고, 반대로- 빛공해, 소음, 매연, 등의 인조적이고 유해한 많은 것들을 얻을 것입니다. 빛이나 바람, 그리고 자연 풍경을 내부로 들이는 일은- 자연주의 인테리어의 시작입니다. 그리고, 조금 더 녹지가 많은 곳에 위치한 집- 그리고 조금 더 넓은 면적의 자연 풍경을 누릴 수 있는 집, 일조량이 풍부하고, 바람이 많이 들고 날 수 있는 집 - 이런 집이, 더 좋은집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인테리어 하실 때, 흔히 우리는 강마루 (합성 수지를 나무무늬를 내어 합판 위에 찍어낸 마루) 를 깔고- 실크 벽지 (실크=비닐 벽지) 를 바르지요. 부엌장은 PET (플라스틱 소재) 를 쓰고요. 몰딩과 도어, 붙박이장 색을 화사하게 바꾼다며 '필름지' 전체 시공을 합니다. 천연 자재들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가공도 쉽고, 흔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건축가 쿠마 켄고는 그의 저서 중 하나인 '자연스러운 건축' 에서 콘크리트를 예를 들어 이런 말을 하셨었습니다. "콘크리트는 탁월할 정도로 '쉬운 건축' 이다. (중략) 콘크리는 강해서 그 위에 무언가를 덧달기에 가장 손쉬운 건축 재료이다. 이렇게 화장하기 좋은 건축 자재는 찾기 힘들다. 우리의 뇌속에도 '건축=콘크리트+화장 (외장마감재)' 라는 고정관념이 있다 (p. 23 쿠마 켄고, 자연스러운 건축, 2010)." 쉽고, 싸고, 보편적이다라는 이유에서, 우리는 역시 커다란 고민 없이 강마루와 실크벽지와 필름지를, 우리의 콘크리트 위에 덧바르는 모양입니다.
쿠마 켄고 할아버지는 역시, "어떤 것이 존재하는 장소와 행복한 관계를 가지고 있을 때 우리는 그 자체를 '자연스럽다' 라고 느낀다. 자연과의 관계성인 것이다. 자연스러운 건축은 그것이 지어지는 장소와 행복한 관계를 갖는 건축이다 (p. 23 쿠마 켄고, 자연스러운 건축, 2010)."
그래서 자연주의 인테리어는, 가장 자연과 가까운 상태로 실내를 디자인 하는 일입니다. 자연의 좋은 요소들을 가장 많이 내부로 들일 수 있는 방법을 디자인하고 시공하는 일. 사람에게 가장 적합한 구조와 동선을 만들어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상태로 생활할 수 있게 돕는 일. 그리고 가장 좋은 자재들을 써서 ‘진짜’ 인 것들이 갖는 진정성으로 인해 사용자와 거주자에게 유익한 공간들을 만들어 주고, 선한 효과들을 발휘하며, 실내에서도 자연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게 돕는 일입니다. 생각해 보셨을까요...? 물성도, 색감도, 모양도, 가장 자연적인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입니다. 아주 새하얀 인위적인 백색 보다- 따뜻한 미색이 도는 백목련색같은 흰색이 우리에게 더 편안하고 아름답게 느껴지시지 않으실까요? 인조적인 진하고 불투명한 파랑색 페인트보다, 우리가 매일 보고 느끼는 맑은 하늘색을 닮은 페인트로 칠한 문이 더 예쁘게 느껴지셨던 적은 없으실까요? 가장 자연적인 색과, 모양과, 자재가- 우리에게 가장 아름답고 우리에게 가장 좋습니다. 그런 마음과 원칙을 갖고 디자인 하는 일, 그런 아름다움을 실제로 공간에 적용하는 일, 그것이 바로 자연주의 인테리어일 것입니다.
Study Nature,
love Nature,
stay close to Nature.
It will never fail you. - Frank Lloyd
자연을 공부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과 가까이 지내라.
그것은 절대 당신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 프랭크 로이드
l 민예령 l
캐나다에서 실내건축을 전공했고 실무 역시 캐나다 밴쿠버 (KKCG&ONNI GROUP) 에서 쌓았습니다.
현재 한국에 돌아와 살림과 육아를 병행하며 서울에서 인테리어 설계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