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함에 대하여
2017. 01. 29. 싸라기눈 내림
새해에는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자고 다짐한지 작심삼일도 채 되지 않았는데, 울컥하는 마음에 날 세운 말들을 쏟아버렸다.
나는 외동으로 자랐지만 부모님의 이혼으로, 현재는 아버지 둘, 어머니 둘, 동생도 둘이다. 직접 나를 낳고 길러주신 부모님 외에 갑자기 생긴 또 다른 부모님과 동생들까지....... 예민하고 내성적인 탓인지 여전히 '딸'과 '딸 같은 딸' 사이의 역학 관계에서 종종 낯섦을 느끼게 된다. 나를 응원해주고 지지해주는 가족이 많아 진건 분명 좋은 일임에도, 가끔은 모두가 외딴 섬처럼 흩어져 있는데 나는 고향이 어디인지 몰라 방황하는 사람처럼 울컥거릴 때가 있다. 어느 순간 각자의 새로운 가정을 꾸려 나름으로 자리 잡으신 부모님께 '실은 자리 잡지 못하고' 갈등하고 있는 내면의 나를 보여드리는 게 불경한 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괜찮지 않은 나'를 보여드리는 일은 나 스스로에게도 금기시 되었다. (부모님께서 죄책감을 느끼 실지도 모르므로.......)
그래서 그런지 나이를 먹어 갈수록 가족들이 속상할까봐 말할 수 없는 비밀이 늘어나는 거 같다. 그런데 오늘 친정 엄마와 통화하다가 금기를 깨고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한 속내를 꺼내버렸다. 분명 상처받으셨을 텐데.......이럴 때면 나는 참 철없고 못된 인간 같다. 그리고 미숙함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성숙한 사람이란 뭘까. 배려심과 지혜가 성숙에 대한 척도이지 않을까? 지혜가 많더라도 배려심이 없으면 옹졸한 사람이 되고, 배려심이 많더라도 지혜가 없으면 어리석은 사람이 되니까 말이다. 미숙한 사람은 옹졸하고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결론이 나오는데 많이 찔리는 바 이다.
관계에 있어 솔직함은 진솔한 관계의 토대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상대를 배려하지 않은 솔직함은 관계를 망치는 독이 되기도 한다. 나는 오늘 독이되는 솔직함을 발설한 것이다. 엄마께 사과드리고, 비트겐슈타인과 의미맥락은 다르지만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지혜를 발휘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