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온기를 찾아서.......
2017. 11. 28
작년 이 맘 때는, 아들 돌 반지를 팔아보려고 금은방을 돌아다녔는데 올해도 발끝이 시리긴 마찬가지다. 가을에 이미 100만원을 들여 수리한 자동차는 또 다시 터보가 망가졌는지 요상한 소리를 내어 최악의 경우 200만원을 들여 엔진교체를 해야 한다 하고, 지은 지 10년 된 아파트는 가을에 90만원을 들여 보일러를 교체했는데 이번에는 주방 보일러 배관에서 미세하게 물이 세는 것 같아 방바닥을 다 뜯어내고 수리를 하려면 200가량이 든다고 한다. 독서량을 늘리면서부터 시력이 뚝뚝 떨어지더니 조금 먼 거리에서는 남편 얼굴도 못 알아 볼 지경이 되어 올해 예정이었던 라식 수술 가능 여부 검사를 받았는데 눈은 건강한 상태이니 회복 기간 하루의 시간과 수술비 160만원만 있으면 된다고 한다. 그런데 자동차 고칠 돈 200, 집 고칠 돈 200, 눈 고칠 돈 160이 내게는 없다. 대출금 갚으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가는 외벌이 가정에게 한꺼번에 거금이 들어가는 일은 숨통이 콱 막히는 사건이다. 돈 때문에 심리적으로 압사할 지경이 되자 또 다시 고민 했다. 아이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진 아이양육에 우선순위를 두기로 했던 신념을 접고 일자리를 찾아봐야 하는 걸까?
가난이라는 낡고 구겨진 옷을 아이에게 물려 입히는 기분이 들 때, 낡고 구겨진 옷을 입고 있는 나의 모습을 전신 거울로 비춰 본 듯한 기분이 들었을 때, 돈의 노예로 살지 않겠다는 자신 만만함은 이리저리 박박 구겨진 종이처럼 너덜너덜 해진다. 그러고는 너덜너덜해진 자아는 며칠 동안 우울과 무기력 상태로 빠져든다. 지난 며칠이 내게 그랬다. 방금 읽은 책의 글자가 겉돌아 분명 읽었는데 안 읽은 느낌이 들고,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번뇌했다.
구겨진 마음을 다시 펴는데 도움이 되는 건, 내게 정말 중요한 건 무엇인지 되돌아보고,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었다.
다른 걸 다 떠나서 아직 어린 외동아이를 학원 뺑뺑이를 시키고 집에 혼자 있게 놓아두는 것은 생각만 해도 마음을 얼어붙게 하는 일이었다. 돈을 버는 일도 결국은 사람이 잘 살기 위해서인데 자동차 때문에, 집 때문에, 내 시력 교정술 때문에 아이를 고생시키고 싶지 않았다. 자동차는 일단 고치고, 집수리는 내년으로 보류하고, 나도 불편 하긴 하지만 안경을 착용해도 되는 일이니까. 없으면 없는 대로, 불편하면 불편한대로 사는 것도 불행한 것 같지만은 않다.
지금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은, 이미 불철주야 열심히 일하는 남편에게 돈이 없다고 불평하지 않는 일과 나의 미래를 위해 꾸준히 글쓰기를 연마하는 일. 그리고 밑도 끝도 없이 이리 튀고 저리 튀는 아이의 말을 처음 듣는 재미난 이야기인 마냥 즐겁게 귀담아 들어주고, 매일 아이의 눈을 들여다보며 네가 이 세상에서 태어난 게 얼마나 기쁘고, 네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이야기 해주는 일이다. 이렇게 정리해보니, 여전히 발끝은 시렵지만 마음엔 다시 온기가 돌고 있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