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씀씀 Jan 31. 2021

삶의 목적, 목표란 없어

일상을 울리는 영화 ‘소울’


저는 목표, 목적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스스로 계획을 세워 목표한 바를 달성하는데 큰 희열을 느낍니다. 내가 생각한 대로 일정에 맞게 일이 진행되어야 안심하는 성격이에요.


평소 일상 속에서는 ‘오늘 하루를 의미 없이 보내는 건 아까운 일이야’라는 생각으로 전날부터 다음날 내가 뭘 할지 미리 적어둬야 잠이 옵니다. 대략적으로라도 운동을 하겠다, 책을 읽겠다, 친구를 만나겠다 등 명확하게 하고자 하는 게 정해져 있어야 합니다.


직장생활,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로 미리 내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생각해놓고 계획을 짭니다. 시간 테이블을 두고 업무 우선순위가 밀리지 않도록 철저하게 움직임을 통제하며 정해진 시간 안에 모든 걸 끝내려고 하는 편입니다.


엄청난 계획, 목표를 세우면서 사는 건 아니지만 나름 나만의 틀 안에서 움직이는 것을 선호하는 성격 탓에 예상한 것처럼 일이 흘러가야만 만족하는 것이죠.


삶의 목표, 목적은 없다


저는 목표가 없거나, 욕심을 부리지 않고 항상 태연하고 느긋한 사람들을 보면 자신의 인생에 너무 무책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목적 없는 삶의 태도는 계획적인 발전을 이루기보다는 만족을 통해 편안함을 택하고 싶은 안일함이라고 보였어요.


<소울> 영화에서는 인간은 왜 삶의 목적, 의미를 부여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대화를 주고받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냥 살아갈 준비가 된 것일 뿐 무언가 꼭 필요한 목적, 목표는 없다는 교훈을 던집니다.


내가 집착하는 목표, 계획은 하루를 성실하게 살아가는데 도움은 되지만, 그것이 계획대로 되지 않았을 때 느끼는 조급함과 불안함을 버릴 수 있는 의연함도 필요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1월, 2021년 첫 달이 끝나는 시점에서 목표로 세웠던 것들을 정리해보고 내가 어떻게 다짐해온 것을 실천했나 돌아봤을 때, 특별한 건 없었던 것 같아 스스로 채찍질을 할 뻔했습니다.


내가 집중하고 싶은 하루를 성실하게 살아내고 즐거워했던 시간들을 떠올리지 못하고 또 목표, 계획에만 집착했던 것 같아요.


이미 나는 충분히 행복한 한 달을 보내고 나의 시간에 충실했는데 그걸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울>에서 온통 삶이 ‘재즈’ 뿐인 재즈 연주가 조이는 ‘유명 밴드와 재즈바에서 공연하기’라는 인생 목표를 달성하고 난 뒤 달라진 것이 없는 내일의 하루를 떠올리며 의아함을 호소합니다.


분명히 내 인생은 더 멋져있어야 할 것 같은데, 왜 변한 것은 없냐고 말이죠.


영화는 물속에 사는 물고기가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이 물, 바다와 같은 것임에도 더 큰 세계인 바다는 지금 내가 있는 곳과 다르다며 바다를 향해 가고 싶다는 젊은 물고기의 일화를 통해 조이의 물음에 답합니다.


목표는 나를 가슴 뛰게 하는 일이지만 그것이 내 삶을 모두 말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하루하루 목표, 계획에 충실하는 사람이지만 사실 지금도 제 인생의 큰 목표는 찾지 못했습니다.


되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도 분명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하루 계획, 시간표에 집착하고 1년 뒤, 3년 뒤에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겠다는 다짐에 집착했습니다.


당장 내가 가슴 뛰는 일이 없어 다른 사람에 비해 뒤처지고 쓸모없는 사람이 되는 건 아닐까 싶어 내가 목표, 계획적인 사람이 된다는 것을 집착했습니다.


영화 <소울>을 보면서 그런 강박증에서 조금 자유로워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정한 목표, 목적이 없는 많은 사람에게 존경받는 그런 삶이 아닌 평범한 일상일지라도 나는 그저 내 삶을 느끼고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것을 말이죠.



조이는 다시 삶을 살 기회를 얻기 전 지하철은 무기력하고 희망 없는 사람들이 타는 곳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이나 뉴욕이나 출퇴근길 지하철 풍경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영화 마지막에서 조이는 자신이 피하고 싶었던 그 공간에서 편안한 웃음을 짓습니다.


그런 일상의 하루, 나의 하루에 대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하는 조이와 평소와 똑같은 저녁 지하철 속 조이의 달라진 표정, 태도, 풍경을 그리면서 영화는 끝이 납니다.


매일 반복되기 때문에 모르는 ‘일상은 소중하다’라는 진부한 이야기 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소중함을 아는 사람과 아닌 사람은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 방황하는 영혼 22와 조이를 통해 삶을 들여다봅니다.


코로나로 인해 멈춘 영화 개봉작 중에서 2021년 가장 큰 기대를 보고 봤던 영화 <소울>


지금 나의 삶에서 가장 의미 있었던 영화였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또 다른 나를 마주하는 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