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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씀씀 Sep 04. 2022

멈춤, 쉼이 필요한 이유 바라보기

『우리는 아직 무엇이든 될 수 있다』, 김진영 다큐에세이

뜻하지 않게 8월 광복절쯤 주말을 포함해 평일에 연차를 붙여 10일을 쉬게 되었다. 계획된 여름휴가는 아니었지만 장기로 쉼에 따라 급하게 휴가 계획을 세워야 했다.


생각지 못한 휴식을 취하게 된 건 연속적인 동료들의 퇴사, 직장 내 관계 고민과 업무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면서 삶의 방향성에 의문이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몇 개월에 걸쳐 누적된 고민은 혼자 생각에 그치지 않고 일을 바라보는 시각, 태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고 주말의 일탈로서는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회피하고 싶은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여름휴가를 명하고 쉬는 것뿐이었다.



마음의 여유가 없다 보니, 고민에 대한 합리적인 해결보다는 어떻게 하면 회피할 수 있을까 찾거나 섣불리 무엇이든 결론을 내고 싶었다. 이렇게 일이 힘들고 지친 상태에서 앞으로 할 수 있는 게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 때 결론은 퇴사였다. 


더 멀리 가기 위한 최선의 선택, 멈춤

프리랜서도, 창업 준비의 시간도, 이직 준비의 시간도 아닌,
일과 삶에 대한 내 생각과 가치관에 집중하는 어떤 시간.
이러한 시간에 이름이 있다면, 이 시간을 누구든 좀 더 자유롭게 쓸 수 있지 않을까 - 김진영


지금 내게 멈춤, 쉼이 필요하다면 '나는 나에게 어떤 휴식의 시간을 줄 것인가'. 짧다면 짧고 직장 생활하면서 길다면 긴 10일의 시간을 통해 나를 정비하고 단단하게 채울 수 있는 것들을 나열해보고 하루하루 계획을 세웠다.


현재 복잡한 마음을 우선 잠재워 줄 충전 (Refresh)의 시간

지난 나의 업무 경험을 살펴보며 (Revaluate) 나는 어떤 역량을 가진 사람인가 정리하기

나의 삶의 방향성을 어떻게 정의하고 나아가고 싶은지 나의 기준(Refocus)을 세우기 

내가 해보고 싶은 것 혹은 새롭게 도전해보고 시도해볼 것은 없는지 성찰 (Reflect) 시간 가지기  


일주일 중 하루, 토요일에 데이트를 하면서 맛집과 예쁜 카페를 다니면서 일에서 잠시 벗어나는 시간을 가졌지만 다음날 일요일 하루 잠깐 쉬고 나면 금세 월요일이었다. 월요병이 점점 심해지면서 주말 이틀로는 쉬는 시간이 항상 부족했다. 놀 거 다 놀고 주말에 푹 쉰 거 아니냐 보일 순 있었겠지만 함께 하는 시간 외에 나 혼자 생각하는 시간에 목말랐다.


무엇인가 나만의 휴식, 쉼이 필요하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내가 원하는 쉼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니 다양한 쉼의 형태와 방식을 균형 있게 조절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여름휴가는 남들에게 맞춰지지 않고 오로지 나를 위한, 내가 원하는 시간들로만 보냈다.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그동안 미뤄왔던 책, 강연들을 보고 이력서도 다시 써보면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 정의해갔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 하고 싶은 것부터 시작해서 다른 사람에게 흔들려왔던 나의 성격과 역량을 거침없이 이력서에 표현해보면서 나를 바로 세우는 일을 했다.


https://brunch.co.kr/@jult0808/191


일을 잘하기 위한 멈춤의 시간이었다.


직업보다는 직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직무는 아닌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어떤 의미가 있는 건지, 이렇게 일을 지속했을 때 미래의 나는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내가 잘하는 일은 맞는지, 나의 성향에 맞는 일인지 등 확신이 부족했다. 


일 잘러가 되기 위해 보고서, 데이터, SQL, 영어 등 자기 계발로 배워야 할 건 많았고 욕심에 이것저것 온라인 강의를 결제하고 책도 열심히 읽었다. 단기적으로 완성될게 아님을 알면서도 해야 될 것들을 멈추지 않고 늘려갔다. 점점 해야 할 것들이 늘어나면서 안 하게 된 것도 늘어갔다. 


결과적으로 끈기 있게 끝가지 수행하지 못한 것들을 보며 성취감보다는 죄책감을 느꼈다. 추진력, 실행력은 좋지만 성과가 없는 것들이 많다 보니 뭐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구나 결론을 내곤 했다.


내가 일의 의미를 모르고 어떤 역량으로 이 일을 계발할 것인가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에 남들이 하는 것들을 좇아오면서 스스로 부담을 주고 있었다. 의미가 없는 일이라도 내가 의미를 부여하면 된다. 남들이 인정해주는 것과 관계없이 내가 나를 포장하고 독려해도 괜찮다. 


나를 정비하는 시간, 갭이어를 가지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엮은 이 에세이를 보며 더 멀리 나아가기 위해 우리는 멈춤, 쉼에 대한 용기가 필요한 시대를 살고 있진 않은가 생각했다.


입사와 퇴사를 기준으로 쉼의 기간이 정의되지 않고 언제든 일상 속에서 나를 재정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번아웃에 내몰리는 직장인들의 방황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내가 필요한 휴식, 쉼의 형태가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는 시간을 통해 진정한 워라밸(work-life balance) worker로서 단단해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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