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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일내일 Jul 09. 2020

공사 소리 덕분에 일어나는 아침

비오는 날이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


어느덧 삼 개월쯤 지났는데, 아침 공사 소리는 여전하다. 아침 햇살보다 먼저 나를 깨우는 저 드릴 소리에 시달린 지 꽤 오래된 것 같은데 멈출 기미가 안 보인다. 비몽사몽 하는 아침이지만 햇빛과 함께 공사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오기 시작에 날카롭게 귀에 꽂히면서 나의 아침은 시작된다.


처음에는 “무슨 소리야?, 어디 공사하나?” 호기심이었다면 그다음엔 짜증, 분노, 체념을 거쳐 일상의 소리가 된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요즘은 완공을 향해 달려가는 중인지 귀를 찌르는 소리는 덜하고 소음 간격도 띄엄띄엄 나름 견딜만하다.


작은 동네, 바로 옆집 공사라 그런지 다른 방음벽 없이 공사는 진행된다. 교회를 짓는다고 했다. 거기에 앞에 녹음 스튜디오까지 힘을 보태 오후가 되면 공사 소음과 반복되는 트로트 음악을 들을 때면 민원을 제기 안 할 수가 없다. 참다못해 아파트 주민들은 어디 시끄러워서 집에 있을 수 있겠냐며 경비원에게 괜한 볼멘소리를 하며 집을 나선다. 나도 옆에서 묻어가며 조용히 집 밖으로 대피하는 처지였다.


직장생활을 할 때 출근시간은 오후 1시였기 때문에 나의 아침은 남들보다 조금 늦은 10시에서 11시 사이에 시작되었다. 생활패턴은 아침보다 밤을 길게 사는 다른 의미의 새벽형 인간이었다. 나름 어쩔 수 없는 핑계라면 밤 11시까지 일하고 집에 들어와서 씻고 정리하면 새벽 1시였고 뭘 먹거나 유튜브로 먹방, 무한도전 좀 보다 보면 금세 새벽 2시~3시가 되곤 했다.


그 습관이 아직 몸에 남아있어서 지금도 아침형 인간이 되지 못한 채 모닝콜 알람을 9시에 맞춰놓았다.  출근형 인간으로 바뀌려면 준비시간 생각해서 적어도 아침 7시에는 일어나야 할 텐데, 자신이 없다. 고등학교 때까지 그렇게 규칙적으로 생활한 게 정말 대단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아침으로 모닝콜을 맞춰놔도 핸드폰 잠시 들었다가 놓을 테니 이 게으름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아침형 인간이 되기 위해 모닝콜을 열심히 따라가 보지만 알람 소리보다 공사 소리 덕분에 8시에 잘 깨고 있다. 공사 소리가 감사하진 않지만 조금이라도 규칙적으로 생활하기 위한 신호탄을 매일 보내준다. 공사 인부들의 목소리와 그의 노동 시간에 맞추어 나의 아침을 시작한다.


그래도 공사 소리는 소음인지라 고요한 아침 더 평온하고 늑장부릴 수 있어서 좋다. 그래서 요즘 가장 행복한 날은 비 오는 날이다. 장마에는 공사할 일도 없어 우리 동네 아침 시계가 멈다. 이번 주에 비가 온다니 아침 여유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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