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씀씀 Jul 10. 2020

이틀 만에 몸무게가 달라졌다.

의지하기 싫은데 기대하게 만드는 ‘그것’

마지막 다이어트를 하겠다 선언하고 세 달 차에 접어들었다. 200만 원이라는 한 달 월급에 가까운 비용을 개인 PT 40회 수업료로 지불했고, 일주일에 세 번씩 수업을 들으러 1시간 거리의 강남 헬스장으로 출퇴근하고 있다.


무슨 헬스 비용에 그렇게 많은 돈을 내고 다니냐 말하겠지만 그만큼 30대가 된 나에게 건강, 외면의 변화는 절실했다. 부모님에게는 비용을 숨긴 채 다니고 있는 만큼 40회 수업을 다 받고 나서는 적어도 10kg 정도 감량하겠다 다짐했다.


 나는 마지막 다이어트, 운동이라고 생각하고  200만 원으로 내 의지를 산 것이다.


불타오르던 의지를 주체할 수 없었고 목표한 바 빨리 변화를 맛보기 위해 앞으로 먹을 다이어트 식단, 붓기 차, 단백질 셰이크 등등 사재기에 바빴다. 앞으로 다른 음식 유혹에 흔들릴 일 없이 사놓은 것만 천천히 먹으면서 운동해주면 3개월 10kg쯤이야 문제 될 것 없어 보였다.


갑자기 다이어트한다며 식단에 변화를 크게 준 내 모습에 부모님은 걱정 반, 비난 반으로 적당히 먹고 움직이면 되지 무슨 다이어트를 그리 요란하게 하냐며 잦은 핀잔을 주었다. 건강하면 되지 그 이상으로 너무 집착하는 건 아닌지 싶어 던진 몇 마디에 나는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몸도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지 못하는데 무엇을   있겠냐며 하고 싶은 걸 열심히 하는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봐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30대 근력이 평생을 간다는 말처럼 앞으로 직장생활을 다시 시작하더라도 불규칙적인 생활로 건강을 잃고 싶지 않았다. 운동을 통해 몸에 쌓인 노폐물, 붓기, 불필요한 지방을 없애고 내면적인 건강함 뿐만 아니라 겉으로도 예뻐지도 싶은 마음이었고 내가 목표한 바를 이루는 일은 앞으로 인생에 대한 의지를 다지는 의식이었다.


차츰 시간이 흐르면서 나의 굳은 의지와 추진력에 가족들은 적응하기 시작했고, 문제없이 나만 잘하면 될 것 같았다.


그러나 삼 개월 전 신용카드 할부를 긁었던 소심하고 왠지 겁나던 마음은 한 달이 넘어서면서 조금씩 무너졌다. 쌓아뒀던 샐러드는 제때 못 먹고 시들어져 시큼한 냄새를 풍기며 상해서 네 봉지나 버렸다. 매 끼니마다 트레이너와 공유했던 식단 사진은 찍기 싫어졌고, 괜히 이렇게 먹지 마세요 댓글이 무서워서 거짓말로 음식일기를 쓰기도 했다. 운동을 격하게 시작해서 그런지 무릎이 아팠고, 한 달마다 찾아오는 주기에 몸이 쳐져 자주 의욕이 사라졌다. 매일 근육통에 시달리는 것도 너무 불편했다.


근육에 힘을 주면 힘들다는 걸 몸이 깨닫고는 힘도 주려하지 않고 적당히 몸이 피로하는 않는 범위 내에서 땀 안나는 운동을 시작했다. 그렇게 운동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권태기가 찾아오고 다이어트 시작한 기간만큼 나를 떠나지 않았다. 다이어트 두 달 차 나의 몸은 처음 시작한 그때로 돌아왔다.


스트레스가 심했다. 다이어트하기 싫어하는 모습을 외면하면서도 좌절했고 변하지 않는 몸무게를 보며 나는 의지가 약한 사람이구나 스스로 탓할 수밖에 없었다. 다이어트, 운동, 몸의 변화는 노력한 만큼 보이고 그 노력은 남이 절대로 대신해줄 수 없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그 싸움을 얼마나 치열하게 이겨냈느냐는 몸으로 보여준다. 몸무게가 그대로인 나의 몸은 의지 약한 나의 모습을 대변할 뿐 아무 말이 없었다.


시간이 흘러 지금의 다이어트 삼 개월 차에 접어들었을 때 몸의 컨디션도 돌아오고, 무릎 통증도 사라지면서 운동에 다시 적응하고 있을 때 문득 6개월 전에 구매한 다이어트 보조제를 상자에서 발견했다. 풋사과 추출 앰플로 체지방 합성을 막아주는 기능을 가진 고농축 앰플이었다. 그때 사고 몇 번 먹다가 두통 부작용 때문에 상자에 넣어둔 걸 다시 발견하곤 아까워서 다시 몇 통 먹기 시작했다.


먹은 지 이틀 만에 2kg가 빠졌다. 그동안 운동, 식단을 게을렀던 생활에 비하면 이 변화는 너무 감사했다. 왠지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를 주는 것 같았다. 6개월 전에 느꼈던 두통, 어지러움증을 느끼면서도 이 앰플 덕분에 살이 빠졌다 생각하니 안 먹을 수가 없었다. 앰플을 먹기 시작한 지 나흘째 되는 날 심한 두통에 시달리며 복용을 중단했다. 앰플을 먹는 나흘간의 변화는 좋았지만 몸이 거부하는 반응을 이기기에는 온몸이 위험 신호를 느꼈다.


건강에 큰 영향을 준 건 아니고 약간의 두통과 울렁거림이 지속되는 정도고 다음날 바로 회복되긴 했지만 아직도 두 통 남은 앰플을 바라보며 미련이 남는다. 저 두통을 마저 다 먹으면 몇 kg를 더 뺄 수 있을까. 스스로 움직여서 얻은 결과 이상으로 단기간에 내가 원했던 효과를 줬던 ‘그것’ 이기에 더 의지하고 싶다. 기대하고 의지하고 싶지만 이제는 포기해야 할 ‘그것’에 대한 몸의 경고를 무시할 순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걸 나의 의지로 꿋꿋하게, 오랜 시간이 걸릴지라도 해내는 모습을 기대하고 의지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공사 소리 덕분에 일어나는 아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