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은 어디에서 오는가
흔히 불안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에서 온다고 한다. 불안은 정말 불편한 감정이다.
심장이 쿵쾅쿵쾅 뛴다. 식은땀이 나고, 아무것도 이룰 수 없을 것 같은 감정에 사로 잡힌다.
그것은 감정이지, 당신 자신이 아니다.
어떤 심리상담가의 글을 보고 되뇌어도 보았지만 별로, 아니, 거의 효과가 없었다.
내가 조울증+불면증+불안장애인 걸 모르는 가족들은, 또다시 시작된 나의 실업자 신세에 뱉지 못한 한숨이 얼굴에 드러나 있었다.
일할 의지도 그럴 기력도 없는 나의 유일한 외출은, 편의점과, 병원이었다.
“잠을 잘 주무셔야 해요.“
의사는 말했다.
나는 그를 깊게 불신했다. 앵무새처럼 그즈음 계속 그 말만 반복했기 때문이다.
불면증이 있어서 약을 타는데 도대체 왜 매일 똑같은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가끔은 쓸모 있는 말도 해줬는데,
“소희 씨는 지금 기틀이 무너져 있어요. 그런데 그 위에 뭘 자꾸 쌓으려고 하니까 그런 거예요. 먼저 기틀을 튼튼하게 만들고 나서 취업이든 뭐든 할 수 있는 겁니다.”
기틀을 튼튼하게 만드는 방법으로 운동•명상•숙면 등을 추천했다.
당장 병원에 오는 것만으로 식은땀이 줄줄 나는 나에게, 그럴듯한 말로는 들렸지만 실제로 도움이 되는 말은 아니었다. 그 세 가지가 가능한 상태이면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는 사람도 줄어들었을 거다.
그래도 의사의 말을 듣고 가벼운 산책 등은 하기 시작했다. 그다지 도움은 되지 않았지만.
괜찮아 오늘 밤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아침까진 아무 일도.
새벽 1시 넘어 돼 내는 게 그중 가장 도움이 되는 생각이었다.
하루의 끝. 심야의 심야에는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이 상황에서 불이리도 날 정도로 신이 날 버리진 않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프리랜서로 한 달짜리 웹디자인 알바를 하거나, 가끔 쇼핑몰 촬영을 나가며 근근이 벌었다.
연재 중인 웹소설 정신으로 용돈 정도는 할 수 있었다.
계절은 탐욕스럽게 가을의 목을 물고 겨울이 훅 다가왔다.
나는 여전히 답보 상태였다. 머리가 자랐지만 다시 잘라서 외모에 대한 자존감은 바닥으로 치닿고 있었다.
한 번도 내 외모에 불만을 품어 본 적 없는데. 나는 늘 마르고 예뻤는데 말이었다.
사이즈가 바뀌어 옷을 사야 했지만 빼고 입겠다는 생각으로 그냥 집에 원래 있던 밴딩 바지만 입었다.
조울은 왜 나에게 와서 나의 자존감을 앗아가고, 툭 던져준 불안에 구슬처럼 나를 비춰보게 할까.
하루는 무엇도 될 수 있을 것 같고, 반나절 뒤에는 울면서 한낮의 침대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