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마 대성당과 카타콤
리마에서 이곳은 꼭 가봐야지 해왔던 그 곳
센트로의 리마 대성당엔,
지하 무덤인 카타콤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리마 대성당은 스페인의 정복자 피사로가 1534년
페루의 리마를 수도로 정하고 1535년부터 건설을
시작해 완성한 페루에서 가장 오래된 대성당이다
후각과 청각이 무척 예민한 나로서는
그곳에 가서 4000구가 넘는다는
해골과 뼈들을 마주하는게 정말 두려웠다
학교분들과 어쩌다보니 예닐곱명이 모여 같이
가게 되어 더 걱정이 되었다
내가 너무 힘들어해서 같이 간 분들이
혹여 제대로 보고 느끼지 못할까하는 생각과
더 집중해서 조용히 혼자 보고 싶다는 생각은
그 전날부터 가슴속이 싸르르한 불안을 가져와
잔뜩 안겨주었다
가이드와 무조건 함께 이동해야 하는 이곳은
생각보다 웅장했고 건물과 그 안의 모든 것들이
역사를 품에 안고 견뎌 온 흔적들에 숙연해졌다
심지어 큰 지진을 겪어 아주 살짝 기울어진 벽도
설명의 대상이여서 사람들이 확인하며
신기해했다
드디어 좁고 좁은 통로들이 시작되는 카타콤.
방부제 탓일까 냄새와 공기가 미묘하게 바뀌고
먼지가 많은듯 목이 살짝 칼칼해져 왔다
아.....
4000구가 넘는다는 말이 믿고 싶지 않았지만
허옇게 바랜듯한 뼈들이 가지런히 차곡차곡
쌓이고 정리되어 있는 모습들을 보며
좁다랗고 작은 공간으로 걸어 내려갔다
엉덩이뼈, 해골, 정강이뼈등 구분되는 큰뼈들은
여기를 보아도, 저기를 보아도 같은 모습으로
담담히 관람객들과 마주했다
사람들은 종종 징그러워, 끔찍해, 라고 말하며
인상을 찌푸리거나 몸을 떨었다
나는 괜히 마치 뼈들에게 귀가 있는 것처럼
조금은 미안해졌다
나는 일단 한때 어떤 이들이였던 뼈들을
천천히 자세히 보기를 원했고
한참을 들여다보고 더 들여다 보았다
그러나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슬픔도 아픔도 두려움도. 그 어느것도.
왜 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까
이렇게 좁다란곳에 미로처럼 칸칸이 켜켜히
쌓여있는 백골들을 보며 왜 두렵지 않았을까
말라버린 낙엽을 보듯
조금은 쓸쓸하지만 그저 그뿐이였다
감정까지도 바스락거리며 바스러진 듯
카타콤을 빠져나와 일행은 다들 멍하니
감정을 추스리고 성당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실제 성전으로 쓰이고 미사도 가능한 곳이였다
여기 저기 금빛 가득한 조각들과 장식물들은
거룩한 주님과 예수님을 찬양하느라 바빴다
이곳을 보아도 저곳을 보아도
아름답고 화려한 조각과 장식들이 가득한
성당안에서 조용히 감상을 하던 나는
바로 전 카타콤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역함을 느끼며 가슴이 답답해왔다
몇년 전 코로나로 페루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한국과는 다른 상황을 전해듣기만 했는데도
너무나 처참했다
물론 부촌들은 어디나 살기가 좋지만
그렇게 많은 희생자들은 대부분 돈이 없어서
치료를 받기도 병원에 가기도 약을 사기도
어려운 가난한 사람들이였기에.
이곳의 약은 한국과는 달리 무척 비싸기 때문에
일도 하지 못하는데 약을 사먹으며 휴식을
취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수많은 성직자들이 신자들이, 비신자들이
오고가는 유명한 이 성당에서
누군지 일면식도 없는 4000여구의
백골들을 위한 기도가 얼마나 많이 행해졌을까
그 뼈들은
어두운 영들을 위한 공간을 가지지 못할만큼
얼마나 많은 기도와 위로를 받았을까
그러나 이 화려한 성당의 동상들과 조형물들은
돈이 없어 죽어 가던 그 수많은 사람들의
원망과 슬픔을 외면한것만 같아서
나는 힘이 있다면 그 금들을 떼어 던져버리고
싶었다
이 소중한 문화재인 이것을 감히 번쩍들어
그 아름다운 황금 장식들을 팔아서
사람들에게 약을 전해주는
그런 말도 안되는 생각으로 답답했다
나는 카톨릭 신자이기에 어디서나 성당들을
방문하는것에 소박한 행복을 느끼곤 하는데
카타콤이 아닌 아름다운 성전에서 느꼈던
이 불쾌함은 정말 상상도 못한 것이였다
성당을 완전히 나와서 보니
워낙 유명한 유적지라 학생들을 비롯하여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입장을 계속 하고 있었다
그 당시의 문화를 반영하여 무척 화려하지만
그 웅장함과 세월에 감탄하게 되는 이곳은
분명 중요한 유적지이며 사람들은 위안과 안식을
얻고 다시 빽빽한 삶으로 돌아간다
내가 느낀 불쾌함도 대성당의 500여년의
수명에서는 그저 작디 작은 한 조각일 뿐,
성당은 이미 셀 수 없이 수많은 것들을
안고, 보고, 기뻐하고, 리마와 함께 울었음을.
나와서 센트로를 걸으며 살아가는 사람들 속을
지나다보니 이 500년간 모든 것을 보아온
대성당의 의미가 다시 보였다
그 많은 사람들의 수많은 눈물과 기도를 묵묵히 들으며
인내도 부끄러움도 원망도 큰 위로도
대성당의 몫이였으리라
감히 내가 헤아릴 수 없는 무게로 이 자리를 지켰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