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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메로나 Jul 03. 2024

미주신경성 실신(5)

중학생의 눈

그 날

어린이집에서는 아이가 열이나서 데려가라고 전화가 오고, 중환자실에서 쫒겨나다시피 일반병실로 내려온 남편은 알 수 없는 욕을 하며

집에 간다고 하고 있고 나는 어머니와 전화를 하다

암흑속의 쥐로 변해 있던 그 날.


쥐의 노여움은 한계를 만나  

 병실 복도에서 처절하게 울부짖었다고

한다 남편은 살았고, 나는 그 날 이후 더 이상

쥐로 살지 않는다 그러니 다시 본 이야기에

집중하겠다


남편은 전화를 끊고도 여기저기 아이들때문에

부탁하는 내 모습을 보며 궁시렁 궁시렁 거리고

있었다 둘째가 많이 아프대 제발 정신차려 하고 말을 했지만 정신이 차려질리 없었다 무슨 애가 있냐며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욕을 했다


남편은 가끔씩 초초해 보이며 자꾸 나가야한다 집에 가야한다고 했다 나는 가슴이 터질것같았다

일어서지 말라는데도 결국 답답하다며 소변줄도 빼달라고 했다 중간중간 의사가 와서 이름이 뭐냐 여기가 어디냐 왜 여기에 입원했냐를 점검했지만 그것도 화가 나 대답도 잘 하지 않았다


그러다 일이 벌어 졌다

내가 잠시 전화하는 사이에 남편은 간호사에게

부탁하여 걷기를 시도했고 어디있는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누군가 엘레베이터를 타는걸 봤다는 사람이 있어 울면서 이름을 부르며 여기저기 병원을 뛰어 다녔다 혹시 ...하고 편의점이 있는 지하로 내려갔는데 에스칼레이터 바로 앞 기둥에

남편이 우두커니 서있었다


왜 여기 있었어 ..... 여기 있었구나..

나는 비명을 참으며 자극하지 않으려 이를

악물고 겨우 말을 했다


'왔어? 누나가 자기랑 마시라고 사줬어'

'누..나?'

나는 떨림을 감추기 위해 최대한 조용히

물어보았다


'응 누나 내가 돈이 없으니 자기가 사주겠다고

음료수 사준고 이건 자기 주랬어 착한누나야'

남편은 게토레이인지 포카리스웨트인지를

내밀었다


남편은 , 아니 녀석은 

내가 같이 살고 있는 그 사람이 아니라

나는 처음 만난, 그 사람의 어느  였다

마치 나는 만난적 없었던,

중학생,고등학생

그 어딘가에 살고 있었을 그의 지난 날

그의 눈빛과 말투는 낯익고도 낯설었다

정말 처음 보는 눈빛이였다


고...맙네..하고 그를 다시 데리고 돌아왔다

누그러졌던 그 중학생은 병실을 보자

왜 따라오고 난리냐며 다시 욕을 시작했다


그가 일단 돌아왔구나 반갑다고 해야할지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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